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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밥은 집에서 먹고, 술을 마시러 남편은 나가고, 아이는 잘 때, 채널을 돌리다가 CSI를 봤다. 안 본 에피는 없으니,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을 기록해두기로 하였다.
책 속에서, 누나의 완벽한 일치형 유전자를 가진 맞춤아기인 동생은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소송을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다.
CSI 에피에서, 오빠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여동생은 살해당한다. 살해된 여아를 검사하면서, 고통스런 골수이식의 순간들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에서 나는 이 책이 떠올랐다. 범인을 추리하는 실험실의 과학자들이 그 가족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게 되는 순간에 책 손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아들에게 에너지를 쏟아, 다른 딸은 챙길 수 없었다고 말하는 수척한 엄마나, 이제 시체로 회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어린 여자 아이가, 계속 책을 떠오르게 했다.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이 복잡한 의료행위들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 권리나 의무 이런 것들을 생각한 게 아니었다. 조각난 신체라던지, 아이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부모라던지, 맞춤 아기라던지는 내 머릿속을 그냥 가로질러 갔고, 나를 사로잡은 것은 아이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거대하고 절대적인 존재인가 하는 것이었다. 어떤 고통도 부모를 위해 참을 수 있는 아이라는 존재, 자신의 삶 전체를 완전하게 의지하는 존재, 그리고 그렇게 아이를 책임지는 자로써의 부모.
나는 이제 엄마인 것이다. 나의 바람들은 나의 아이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것은, 말로도 전해지지만, 눈빛으로도, 억양으로도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아이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나의 눈빛, 나의 격려, 나의 웃음과 눈물로 고양되면서 행위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의 소녀가, 또 CSI의 그 소녀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의 바람이 자신을 고통스럽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못 하게도 할 수 있지만, 다른 모든 저항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원하기 때문에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아, 나는 나의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