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 팰리스
폴 오스터 / 열린책들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것은, 오래 전 학생일 때 배운 근대소설의 결함- 유정이니 무정이니, 소설형식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지나친 우연의 결합이라는.-이었다. 이 잘 짜여진 소설이 기대고 있는 이 놀라운 우연은 무엇으로 설명할까, 하고 말이다. 내가 도달한 결론이란 건 인생은 어차피 우연의 연속, 소설이 우연에 기대고 있다면 이건 소설이 비추는 인생때문이지 소설의 미숙함이 아니다. 알지 못했으나, 만나게 된 세 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한꺼번에 풀린, 게다가 너무 많이, 실타래에 잠깐 말을 잃기도 하고. 인생의 어딘가 내가 만든 인연, 또 다른 어느 지점에서 내게 나타나는 거라고 의미심장한 교훈을 취하려고도 하고. 이들 셋이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습니다'로 끝낼 수 없는 출렁이고 복잡다단한 나머지 인생을 또 여전히 살아갈 거라고 상상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