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3 - 살인과 그후의 삶
그레고리 매과이어 지음, 이종인 옮김 / 동아일보사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호평 일색에 이런 평이라니 망설여집니다만, 전 좋은 느낌으로 읽을 수 없었답니다. 사는 모습의 보잘것 없음을 모르는 바 아닌데도, '이게 도대체 뭐지?'라는 말만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1권을 읽고는 다음이 궁금해지기는 했습니다만, 그 때 망설인 것은 익숙한 오즈의 마법사에 비추어 분명한 비극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엘파바에 너무 많이 감정이입한 다음, 너무 많이 슬퍼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지요. 그래도, '통쾌한' 패러디의 전모가 궁금하여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리고 맙니다. 지나친 과장, 미화가 빠져나간 자리라서 그런가요. 소설을 읽으면서 한 생각이란 것은 이 소설이 좋았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어떤 경험이 내게는 없는 것인가, 하는 거였죠.

1권에 묘사되는 엘파바의 반체제 성향?-적절한 묘사가 떠오르지 않는군요. 그러니까, 역행하는 시대흐름에 저항하려는 모양새-은 그뿐입니다. 그녀 마음에 품은 성향, 이요. 지나친 미화에 치를 떨다가, 극적인 사건조차 그런 식으로 묘사한 건가, 싶어요. 적이었고 살인의 대상인 사람이 심각하게 악인으로 느껴지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거죠. 선악의 이분법이 빠져나간 뿌연 판타지가 전 너무 허무해서, 참을 수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행한 바에 비추어 과장되게 경계되는 마녀의 존재란 것은 사실에 가깝지만 매혹적이지는 않고 말이죠.

엘파바는 고민만 심각하게 하고, 너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구요. 혼자 움직이는 것도 그렇구요. 동지도 없어 보이는 그녀는 불만이 아주 많은 살인자로밖에 비치지 않는데도, 마법사나 사람들의 평판은 터무니없고 말이죠. 마법의 책은 끝까지 미궁이라구요.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 뿌연 판타지라, 제가 써놓고도 썩 적절한 비유인 걸요.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는데, 다 읽고도 여전히 아는 게 없는..

궁금하시다면 읽어도 좋겠지만, 권하지는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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