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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딸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서평쓰기 페이지를 펼쳤다가, 닫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사벨 아옌데가 어떤 이야기꾼인지. 그런데도, 무슨 말이건 하고 싶어서 다시 펼칩니다. 꽉 짜여진 재미있는 소설을 당신에게 들려주는 것은 미안한 일이고-영화의 놀라운 결말을 알려주는 것처럼-, 그러자고 가만히 있자니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는 입이 근질근질해서는 '너 볼거야, 안 볼거야?'묻고는 안 볼 거라는 대답을 들은 다음, 모든 줄거리를 질리도록 들려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딱 그 심정입니다. 엘리사가 말이지. 엘리사가 말이지. 하고 말이죠.
이사벨 아옌데가 엘리사의 스무 해 정도를 제게 들려주는 동안, 저는 아마도 입을 헤 벌리고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 못차리고 들었나 봅니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시대를 살면서, 그런 드라마틱한 시대의 이야기를 경이와 존경의 심사를 품고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모험이 가득한 시대, 모험없는 삶을 살던 여성들. 그 속에서도 모험과 자유를 누리는 용감한 여성을 말입니다.
책장을 덮으면서는 이사벨 아옌데가 무척 낙천적인 사람이로군, 생각합니다. 엘리사만큼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낙천적 기질은 남미의 열정과도 같은 건가,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구요.
절망의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낙천적인 여성들을 만나는 건 힘이 납니다. 모험을 부추기는 이 소설은 정말이지 소심한 여성의 정신건강에 아주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