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광인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기하지, 그래, 취향이란 게 있기는 있다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좋다는데, 왜 난 아무렇지도 않냐는 말이지.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정신병자에 대한 이야기. 내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 영국에 흘러들어온 미국 군인, 우발적 살해, 긴 고립-뭐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도되는 끈기가 필요한 일. 사전편찬을 떠맡은 학자,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취합되는 자료, 산발적이고 두서없는 자료 중에 보석같은 자료, 그 자료의 발송지는 정신병원. 교수와 광인의 만남이 내게 그토록 건조하게 읽히는 건 왜냐구? 그 이상의 무언가, 감정적인 것들을 바란 것인가? 섬세한 것을 바란 것인가. 불만족의 이유를 대지도 못하면서 왜 몇 마디 하고 싶은 걸까. 그 광인의 고독에 대입하지 못해서, 그 교수의 감사함에 대입하지 못해서, 무언가 그 상황의 어딘가 그저 사전처럼 뻑뻑하다고 느껴져서, 아무에게도 권하지 못하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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