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 가정 폭력과 여성 인권
정희진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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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쩜 이럴 수가 있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경우는 산처럼 많습니다. 오래 산 것도 아니고, 기복이 심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말은 나옵니다.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에도 알고 보니 참 가까이서 벌어진 일에도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그랬습니다.
'어쩜 이럴 수가 있지'
그런데, 그런 상황을 방조하는 게 '맞아도 싸, 그런 000'이라고 쉽사리 뱉었던 어떤 상황의 나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압니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데, 그토록 많은 이유를 다는 게 여지껏 아무렇지도 않았던 게 부끄럽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선생님의 옷차림이 어색하다고, '어머, 사모님은 뭐하나 몰라'했던 고등학생이던 내가 떠올라 또 얼굴이 붉어집니다.

폭력의 상황에 자신을 방치하는 여성이 얽매여 있는 것은, 결국은 나조차도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던 그런 신화들입니다. 아내가 이러저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화, 남편이 아내의 비행에 책임져야 한다는 신화,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가정은 깨지면 안 된다는 신화.

계속 미안해지는 것은 내가 그런 아내에 대해 '맞을 이유가 있었다'는 발언에 가끔 마음 썼기 때문입니다. 강경하게, '사람이 사람을 때렸는데, 무슨 이유야!'하고 소리지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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