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켄슈타인
M.셀리 지음 / 동림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옛날 책을 읽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게 원본에 충실할수록 더 심해지는 것은 옛날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거랑 비슷하다. 빠르게 변하는 화면,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 빽빽한 빌딩숲, 꼬일때로 꼬인 사건들을 보다가, 장면은 바뀌었으나 어디가 바뀐지 도무지 알아차리기 힘든 컷, 어디든 걸어가는 사람들, 단조로운 배경, 꼭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주구창창 묘사하는 대목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건 진짜 굉장한 인내 다음에나 간신히 오는 일이다.
이 책을 읽을 때 그랬다. - 그런데, 미안하게도 출판사가 맞는지 알 수가 없다. - 실험실에 부여된 음침한 공기, 가족들에 부여되는 밝은 공기, 감정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려고 그 시대의 말로 계속되는 묘사는 정말 끝까지 읽는데 굉장한 인내를 요구한다. 드레스를 입는 시대의 과학소설이란 내게 그만큼 낯설었다. 화자는 쇄빙선에서 자신의 피조물을 쫓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만난 선장이었고, 둘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사랑과 명예, 평범과 비범.
창조자로부터 배척당하는 피조물이 자신의 창조자를 파멸로 몰아넣는 구조는 이 후 수없이 변주되기 때문에 아주 익숙하지만, 파멸로 몰아넣는 피조물을 이토록 동정하게 하는 묘사는 익숙하지 않다. 피조물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에게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하는지, 사랑을 바라던 마음이 증오가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생명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인간이 자신이 만든 것이 바로 '생명'이기 때문에 처하는 난처함,- 아니, 더 심한 말이 필요하다- 끔찍한 상황을 대하는 것은 '인간을 복제'하기로 하는 현실에서 더 걱정스럽다.
메리 셜리의 단지 악몽은 지금 얼마나 내게 가까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