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극장에서 생긴 일 - 세계환상문학 걸작선
알베르토 맹그웰 엮음, 윤춘미 옮김 / 문학세계사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이야기들, 무서워서 책을 놓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속기로 결심하는 순간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아직 머릿속을 딱딱하게 만들기 전, 어린아이였거나 사춘기 소녀였을 때, 어두운 밤이거나 비라도 내리는 어두운 낮에 친구들과 교실 구석에서 경쟁하듯이 들려주던 무서운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와 닮았다. 한순간의 공포나, 짜릿한 흥분, 놀라움과 아쉬움, 기이한 낯섬과 낯익음,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짧게 대답할 수 없는 짧은 질문.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발'이나 '악마의 병'은 익숙하고 또 교훈적이고,'저승사자를 만나러 떠나는 하인'은 낯익고 또 재치있고, '완전한 행복을 위한 희생양'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하고... 죽은 자가 걸어나와 복수하거나 은혜를 갚고, 인어의 사랑을 얻기위해 영혼을 떼어내거나, 마음없는 영혼이 사악해지거나, 조용한 일상이 갑작스레 떠밀려나오거나..

딱딱한 현실이 틈새가 없어서 혹은 현실이 고단할 때 혼자 앉은 낡은 극장처럼 그 많은 얘기들 풀어놓는다. 천천히 살금살금 읽을 일이다, 밤 말고 낮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