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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은희경을 알고 좋아하게 한 건, '새의 선물'이었다. 냉소적인 시선을 아이가 지녔을 때의 그 경쾌함을 잊지 못한다. 그런 경쾌함을 기대하고, 심지어 선물할 의도로 이 친절하고 소심한 제목의 책을 골랐다.
선물하기에는 지나치게 냉소적이었다. 아이가 그런 시선을 지녔을 때 생은 아직 미지의 것이라서, 여전히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지만, 이미 살아낸 어른이 지닌 냉소는 너무 차다.
그런데도, 여전히 은희경의 시선이 좋은 것은 그걸 알고도 살아내는 것은, 환상 속에서 살아내는 것보다는 유리하거나 현명하거나 용감한 것일 거라는 동의 때문이다. 과거를 낭만적으로 회상하지 않는 독립적인 여자들이라서, 쉽게 상처받지 않을 모습이라서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