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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상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3월
평점 :
품절
삶의 모든 것이 갑자기 너무 차게 느껴질 때, 내 주위에 중요한 것이 하나도 남아있는 것 같지 않은 어느 날, 사랑 때문에 심연보다 깊은 슬픔에라도 빠질 수 있다면, 짧게 흐르는 눈물이 통곡이 될 수 있다면, 아직도 사랑은 그렇게 간절한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 한 번 가질 수 있다면, 하고 바라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달한 간결한 결론은 내게 다시 그런 사랑을 맹목적으로 믿는 시기는 오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슬픔이 깊어 죽음이 되는 사랑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내게 '은서'라는 울림이 약한 이름은 그래서 동정이나 이입대신 넘어야 하는 과거가 된다. 상처받아 아픈 것에 가슴 아프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상처를 딛고 더 강해지는 것이지 좌절하고 죽어버리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