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신 - 또 다른 인생 이야기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부엌신', 좋은 말이다. 부엌을 지키는 신이 있어, 가족을 돌보고, 특히 가족을 살리는 그러니까 살림을 하는 주부를 돌본다 할 때, '음, 내 어머니도 신의 보살핌을 받았구나'하는 느낌에 안도했다. 그래서, 처음 양귀자님의 책제목을 보고 가슴이 설레었다. 그리고 참 오래 끈덕지게도 그래도 그건 소설일거라고 생각하였거나, '소설가가 쓰면 그래도 다르겠지'하고 기대하였다.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은 성이나 나이에 대한 편견이 끊임없이 표면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요리사를 고를 때, 홀 써빙을 고를 때, 그 기준을 남자이거나 여자, 늙거나 젊다는 기준 말고는 없었던 것처럼 '체력이 충분하고 주방을 장악할 수 있는 요리사'가 아니라, '체력이 충분하고 주방을 장악할 수 있는 건강한 젊은 남자 요리사'라고 묘사할 때는 화가 났다.

읽는 내내 또 불편하였던 것은 이게 '식탁 광고'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지라고 내 자신에게 반문해야 했던 거다. 자신이 얼마나 최상 수준의 인테리어와 최고의 요리, 최고의 친절을 원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를 묘사하는데 그렇게 많이 할애하다니 화가 났다.

차라리, 소설이었다면, 우연히 들른 한 명의 손님에게 이끌린 풀린 실타래같은 소설이었다면, 이런 저런 이름들로 이 땅을 살아내는 부엌말고는 변변한 자신의 공간이 없는 정말로 부엌신의 가호가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하고 계속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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