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전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
위앤커 지음, 전인초.김선자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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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도올의 노자 강의였는데, 중국신화를 인용하고 있었다. 세상의 처음을 설명하는 중국의 신화가 서양기독교의 천지창조와 어떻게 다른지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인용된 신화는 혼돈이란 신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은 두 명의 신이 혼돈에게 답례로 세상과 소통할 일곱개의 구멍을 일곱낮밤동안 만들어주는 얘기였다. 일곱개의 구멍이 완성되는 날 혼돈은 죽어버리는데, 도올은 이것이 동서양의 차이라고 혼돈은 정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질서를 부여하는 순간 생명력을 잃게 되는 거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미 이 신화를 알고 있던 나는 그 신화를 다른 느낌으로 기억하는 내 자신을 알아차리고 조금 웃고 조금은 부끄러워했다.

그 신화를 안 건 이 책을 통해서였는데, 나는 이 신화를 읽으면서 의도와 달리 상처를 입히는 두 명의 신에게 감정이입한 다음 슬픈 정조가 되었었다. 중국인 사유의 바탕을 신화를 통해 알아보겠다고 포부도 당당하게 선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나와 관련하여만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난 내 의도와 다르게 상처입혔던 사람들이 떠올랐었다.

의도가 어땠고, 결과가 어땠든 간에 옛날 사람들이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따라가는 건 즐거웠다. 능력밖의 것들을 설명하려고 이런 저런 것들을 이어붙이고, 종국에는 두 갈래 세갈래되는 이야기들. 신화나 전설이란 것이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갖기가 힘든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빛내며 단숨에 읽었노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때때로 우습거나 슬퍼서 다 읽은 후에는 좋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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