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 유명한 사람을 보게 되면 나 조금 주눅이 들게 돼.
무언가 오래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어낸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랜동안 매진했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오랜 세대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었는지를 깨달아도 그렇고.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내 즐거웠던 건 나를 주눅들게 한 그사람이 '퀴즈광'처럼 묘사되었다는 거야. 나조차도 느낀 적 있는 그 짧은 기쁨을 위해 열정들에 자신을 휘둘리는 존재란 거 말야. 내가 수학을 한때나마 좋아한 적 있었고, 지금도 문제 푸는 걸 즐길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더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를 만나서 제 힘으로 풀어낸 그 저릿한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해할 거야. 그 문제를 손에 쥔 순간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지고, 그저 풀 수 있다면 뭐든 할 거라고 거짓된 계약을 일삼고 막상 풀어내고는 거만하게 으스대게 되잖아.

내가 풀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 하는 '수학'의 그 결벽적인 완결성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잊었었어.

수학자가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묘사할 때, '수학'을 하는 공통점 때문에 같아져버린 사람들의 성품에 웃음이 났어. 이해할 수 없는 증명을 경멸하는 조금은 촌스러운 것까지 기뻤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천재들을 구경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취미처럼 수학문제를 다시 풀고 싶어지니, 나도 참 악취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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