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휴일 오전 농구를 하러 나갔다.
운동장에서 농구를 할 만큼 하고, 해는 좀 더 올라가서 뜨겁다.
아이들도 해가 뜨거웠는지, 이제 농구는 그만 하려는지 같이 운동장 가 그늘로 피했다.
그늘로 피했는데 심심했던지 풀싸움을 시작했다.
풀을 한 줄기씩 골라 뜯어서 어느 풀이 센 지 대결을 한다. 머리카락 싸움처럼 양 끝을 잡고 서로 가로지르게 해서 어느 게 끊어지는지 대결이다. 아이들이 풀을 고르는 게, 영 성에 안 차서, 질기고 질긴 풀들을 골라 나도 풀싸움에 들어갔다. 질기고 긴 풀 줄기를 여러개 모아서 대결에 들어갔더니, 초4 여자 아이가 둘러보고 쑥 솟은 민들레 꽃대를 여러 개 들고 왔다. 아, 아, 그건 정말 약해 빠져서 안 되는데. 속이 빨대처럼 텅 비고, 누군가 그 씨앗을 날리고 싶을 때 쉽게 꺾여서 어디든지 씨를 날릴 수 있는 약하디 약한 민들레 꽃 대 여러개를 가지고 오다니! 어쩜 이렇게 모를 수 있지!!!!
이 얘기를 엄마한테 하면서, 엄마가 나를 볼 때 그런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 갑자기 느껴졌다.
그래도 엄마는 나를 놀리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여러 번 아이를 놀렸다. 내가 제일 한심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