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돌리다가, '호텔 델루나' 재방을 봤다. 

장만월이 자신의 사람들의 시체를 수레에 싣고 처음 달의 객잔을 찾아 떠도는 장면 다음에, 구찬성에게 말한다. 

"나의 죄는 무겁고, 원한은 깊어"

딸래미가 

"다 죽였는데, 원한이 남아있어?"라고 물었다. 

설명하려고 애쓴다. 

"만월이가 사람들을 죽였잖아. 원수를 갚겠다고. 그런데, 그 만월이가 죽인 사람들도 가족이나 친구가 있을 거 아냐. 그러면 그 사람들은 또 만월이한테 원한을 품게 되잖아. 그러니까 깊다고 하는 거야."

원한,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속한 게 아니니까, 만월이는 자신의 사람들을 죽인 사람들에게 원한을 품고 복수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죽음들이 죄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고, 그 죽음 다음에 또 다시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생겼다는 걸 알고 있다. 

삶에서 무언가를 깨끗하게 한다는 것 털어낸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게 상대에게도 동의가 될까, 알 수도 없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상황은 변하고, 무언가 달라져 있는데, 같은 댓가를 치른다고 털어질까. 

어느 순간 끊어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왜 만월이의 나무에 다시 꽃이 피냐고도 물었는데 대답을 못 했다. 설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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