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아비가 딸의 수행평가용 서류를 만들어준다. 수시로 대학에 들어간다.
검사 아비가 아들의 학교폭력시비를 대법원까지 끌고 간다. 정시로 대학에 들어간다.
무언가 지금 양 극단의 정치지형 안에서 악용하는 대표선수를 보고 있는 듯 전형적이다.
시험이 전부가 아니니, 구구절절 서류를 보탠다. 학생이 얼마나 성실하고, 착실하고, 능력있고, 다종다양한 경험으로 노력했는지. 교수인 아비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아이의 서류에 구색을 맞춰준다. 불법은 아니지만 꼴사납다.
학생이 공부만 잘하면 되지, 수능 100프로로 대학에 간다. 갈 수 있었던 데에는 친구를 괴롭히고도 반성하는 노력은 내팽개치고, 좋은 학교에 악착같이 적을 걸어두기 위해 검사인 아비는 자신의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서 아이의 처분을 지연시킨다. 불법은 아니지만, 용서하기 어렵다.
권력은 두 그룹간에서 왔다갔다 갈짓자로 움직인다.
입시는 정시 100프로가 옳으니, 수시가 필요하니 또 갈짓자로 움직인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나쁘게 쓰기로 하면, 그걸 통제할 방법은 과연 있는가.
어떤 제도든 부작용은 있고, 여기에는 이런 부작용이, 저기에는 저런 부작용이 있다.
착하고 좋은 보통의 사람들은 부끄럽게 여길 일들이 이 제도가 강화되면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다시 제도는 다른 쪽으로 당겨진다. 다른 쪽으로 당겨지면 다시 또 다른 식으로 부끄러울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뻔뻔하게 고개를 쳐든다. 다시 다른 쪽으로 제도는 당겨진다.
인간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자신의 삶을 계속 곱씹으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