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영화를 좀 본다. 

큰 딸아이랑 둘이서 영웅,을 봤고-돌아오는 차 안에서,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한참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큰 딸은 빼고 넷이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엄마, 아빠가 추억에 사로잡혀서 막내딸이 경기는 쫄깃했는데, 계속 끼어드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고 짧게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교섭을 봤다. 

나는, 외교관 정재호(황정민 분)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 분)에게 외교의 마지노선에 대해 말하는 게 좋았다. 외교관 정재호는 '사람을 살려야 하지 않겠냐, 면서 직접협상만이 그 방법'이라는 박대식에게, '외교관과 테러리스트는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 한 화면에 잡히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걸 아는 정재호가 갑자기 박대식처럼 변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호감이 없는 사건을 왜 영화화하려고 했을까. 아직도 그 때 그 사건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던 말들이 떠오르는데. 사기 당하는 박대식은 바보같았고-그게 오토바이 추격전으로 만회가 되겠냐고, 실상은 그렇게 알 수 없는 게 많아도, 영화적 세계는 좀 더 판타지니까-, 무신경한 언론은 밉살스러웠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려고 노력하지만, 보호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 

그 때도 언론의 무조건 살려오라,는 시끄러운 말들이 어이없었고, 그렇다고 가지말라면 가지말지 뭐하는 거야,라는 말들도 썩 듣기 좋지는 않았었다. 국가의 책무는 국민의 보호이니 수단방법 따지지 말고 살리라는 언론의 말은 정파적 반대파의 말 같았고,-기억하기에 이라크에서의 사건이랑 다른 정부여서 언론이 정파적으로 반대하는 집권세력을 깎아내리려고 더 심하게 공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둘 다 같은 정부였다. 두 사건은 3년밖에 안 지난 시점이었고, 둘 다 언론은 같았었을까.- 가지 말라면 좀 가지 말지,라는 말은 또 정파적 반대파의 말이라서 너무 정부편을 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에게 그 때도 나는 '우리나라 국민이 그렇게 말 잘 듣는 국민이면, 아직도 독재정부야' 라고 말했던가. 


아이들과 보기에는 피칠갑도 없고, 욕도 없고, 풍광도 괜찮았다. 

이야기는 구멍이 뻥뻥 뚫리고, 호감이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국가가 나를 보호할 거라는 믿음은 부모가 나를 보호할 거라는 믿음처럼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거겠지, 싶기는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