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들을 읽고 있다. 동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오래 전의 이야기들이다.
얼어죽은 모나리자(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3819366),를 처음 읽었고, 보석반지(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3819364), 파금(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3819354), 다음에 읽었다.
화자가 남자인 이 소설은, 알 수 없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여기를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과거나 미래가 없는 여자와 미래를 기대하지 못하고 마친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말들이 새삼스럽다. 사건이랄 것이 과연 있나 싶은데 화자가 그 시대의 남자라서 은근하거나 묘사하지 않는다. 처음 그 여자를 본 날, 다음에 전해 들은 풍문, 그리고, 밤 산책에서 마주치는 여자의 묘사들은 시대상에 비추어 불량한 모습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다시 만나기를 원하고 이야기나눈다. 과거나 미래는 없이, 현재만을 살 뿐이라고 말하는 여자가 다시 다른 남자의 팔을 끼고 가는 걸로 이야기는 마친다. 남자의 말들을 듣는 나는, 여자가 알 수 없고,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남자의 입장에서 하는 건조한 묘사 가운데, 남자가 안 되었다고 연민하게 된다.
제목이 '불량소녀'가 아니고 '가상의 불량소녀'인 이유는 이게 모두 남자의 관점에서 그려지기 때문이고, 작가조차 여자에게 말할 기회가 없었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화에서 드러나는 여자의 생각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나는, 그러면서도 미래가 없고, 이런저런 남자들과 얕은 관계만을 반복하는 그녀가 과연 지금을 충실히 살고 있는가, 의심한다. 지금, 여기를 산다,는 말은 오해를 불러오는 말인 거 같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1406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