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차에서 아들이 친구 생일에 초대받았다고 말했다.
"그래, 선물은 준비했어?"
"응, 주려고 오만원 찾았어."
우선, 한숨부터 쉬고,
"야~ 안 돼, 너무 많아, 꼭 친구랑 같이 문구점 가서 뭐 사줘. 절대 그렇게 주면 안 돼."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생각의 방향을 틀어줬어야 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초6인 아이가 책정한 5만원이라는 금액이 너무 크고, 선물이 아니라 돈으로 주는 방식이었다. 그저 당부만, 너무 많아, 돈 말고 다른 걸 사 줘,라고 한 거다. 차라리, '야, 엄마 생일에는 얼마나 돈 쓸려고?'라고 물었으면 아이가 앗 뜨거,라면서 금액이나마 줄였을 텐데.
아이는 결국 수긍하지 못했는지, 저녁에 친구 엄마한테 문자를 받았다.
'아이가 용돈으로 준 거겠지만 너무 많아서 여쭤본다'는 문자였다.
친구가 너무 큰 돈이라 거슬러줬단다. 참, 나. 그게 뭐냐.
옛날 사람이라서? 없이 자란 사람이라서? 몸을 움직여야 돈을 벌 수 있는 노동자라서? 내가 가진 돈의 감각에 비추어 아이들의 돈에 대한 감각이 너무 달라서 많이 놀란다.
부모가 주는 선물의 형태를 보고 아이가 배운 거라는데, 나도 참 그런 면에서 보여준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선물,은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