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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ㅣ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사랑의 여러빛깔을 읽고 이 책도 다운받아 읽었다.
젊은 날에 읽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지금 나이도 나이고, 소설도 꽤나 긴 소설들이 들어 있어서 빠르거나 재미나게 읽지는 못했다. 이반일리치의 죽음,이 첫 소설인데, 왜 이게 죽음의 미학,에 묶였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읽고, 킬리만자로의 눈,은 내가 이걸 어디서 읽었더라, 그러면서 읽었다. 두 소설이 댓구라고 이 소설을 묶은 소설가는 말한다. 그건 어쩌면 삶에 대한 것인가, 싶다. 어떤 삶을 살아왔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가,를 죽어가는 사람이 화자가 되어 말한다.
동양인 작가의 소설이 없고-초판본에 두 개가 들어 있었는데 빠졌다. 초판본을 읽은 바 없지만 아쉽다-, 여성작가의 소설은 하나가 들어 있다.(마차) 보통은 한 사람이 죽고, 남자가 죽는다.(이반일리치의 죽음, 구명정, 불 지피기,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크눌프, 킬리만자로의 눈) 죽음은 두렵거나 슬프거나 아쉽거나 안타깝다. 한 명의 여자가 죽는 이야기는 숲 속의 죽음,과 앨리스,가 있고, 여성작가가 쓴 마차는 죽은 사람들이 떼로 나온다.
죽음의 풍경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들을 본다. 잭 런던의 불 지피기는 그 절박함이 눈에 보이는 듯 묘사된다. 작가의 어떤 배경이나 사상이 그 짧은 소설로 드러난다. 동정없이 건조하게 상황을 직시하는 서술이다.
숲 속의 죽음,은 어린 날 자신이 본 죽음에 대한 무언가 동경이랄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어른이 되어 재구성한 이야기로 보인다. 삶의 고단함도, 먹이기 위해 고단했을 한 여인의 삶이 스러지는 것은, 남성작가의 삶과 겹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도 읽혔다.
앨리스,에서 죽는 것은 동생이 생긴 여자아이고, 질투로 스스로를 죽인다. 여자, 아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 드러난다.
동양작가도 여성작가도 없는 소설들의 면면 가운데, 단 하나 여성작가의 소설이 지나치게 염세적이라서 놀랐다.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도 죽음을 악착같이 거부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살해당한 남자가 살해한 남자를 사후에 만나 고맙다고 인사하는 소설이라니, 충격을 받았다. 죽음 앞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들 가운데, 이렇게 순전하게 죽음을 어쩌면 찬미하는 이야기는 나는 싫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