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아프리카 윤 지음, 이정경 옮김 / 파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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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te.com/view/20221114n12846 

'넌 너무 뚱뚱해'란 말을 하고, 자신이 산 빵을 봉지째 빼앗아 반납하는 할머니에게 화를 내지 않고, '그럼 나는 무얼 먹어야 하나요?'라고 묻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래서 살도 빠지고, 결혼도 했고, 이제는 한국음식전도사가 되었다는 그런 기사. 

이 기사를 보고 궁금해서 마침 SAM(교보 이북 구독서비스)도 되길래 받아서 읽어보려고 했다. 끝까지 못 읽겠더라. 내가 왜 서양 사람들 책을 못 읽는지 떠올렸다. 

말이 너무 많다. 호들갑스럽다. 자기 확신이 넘친다. 

예전에 이승기가 어떤 예능에서 몇 년 후에 사막같은 데 가고 싶다고 하는데, 옆에서 혼자 가지는 않고 카메라랑 같이 갈 거 같다고 했더니, 그냥 혼자 가면 '아깝지 않냐'고 했던 거 같은 거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강한 거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 책의 사람이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계속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직업적인 캠페이너,라는데, 하, 나는 참. 

장거리를 뛰고, 블로그나 SNS에 전시하고, 그걸로 기부금을 모아서 에이즈퇴치기금 같은 데 전달한다는 저자가 의심스러운 거다. 유명인을 만나고, 아는 걸 전시하고, 자신에게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걸, 정치가 없는 공간에서, 종교적 선의를 고양시키는 방식의 활동들을 의심한다.

기사에서 내가 좋았던 부분은 저런 말을 듣고 화내기보다 개선점을 묻는 태도다. 지금 고양시키는 세태는 우선 저런 말을 해서는 안 되고, 저런 말을 듣고 참아서도 안 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배척하는-한국 아줌마의 오지랖은 욕지기밖에 되돌아올 게 없다- 세태다. 어쩌면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서양에서 한국을 보고 그리워하는 것과 다르게, 가족적이고 지나치게 얽혀있는 한국에서 조금씩 밀어내는 감정이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국문화에 경도되었다는 카메룬이 고향인 미국여성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은, 서양인이 쓴 한국요리책을 보는 것처럼 재미가 없다. 한국의 문화 안에 사는 사람이 서양인이 본 한국문화에 대한 책을 보는 것이 재미가 없는 거다. 기사가 아닌 책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는 자신의 직업, 배경, 같은 것들이고, 서양에서 고양된 태도들이다. 좋은 사람이고, 스스로의 삶을 건강하게 꾸리고 있을 테지만, 책은 읽기에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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