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그 머리 없는 사람의 목구멍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몸은 성이 하(夏)요, 이름은 경(耕)이올시다.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저는 여자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경이 또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며 물었다.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을 하시려오?"

경진이 이유를 설명하자 하경이 말했다. 

"내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여기서 기다린 것이오. 그대는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시오. 이 몸이 빨리 돌아와 전해줄 테니 그대는 절대 여자국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오."

그렇게 말하면서 하경은 두 손으로 창과 방패를 들고 위세를 부렸다. 경진은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가만히 삭이면서 물었다. 

"이 몸이 여자국으로 가서 그들과 장부국을 결혼시키면 한쪽은 없던 남편이 생기고 한쪽은 없던 부인이 생기니, 이 보다 아름다운 일이 또 있으리오? 그런데 귀하는 어째서 이렇게 굳이 오셔서 이 몸을 막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경은 이 말을 듣더니 매우 화난 듯이 목구멍에서 그렁그렁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남녀를 맺어준다는 것은 애초부터 당치도 않은 무슨 천제인가 하는 작자가 만든 것이오. 애초에 혼돈이 처음 나뉘었을 때, 하늘에서는 회의를 열어 인간을 만드는 기준을 논의했소. 우리 당(黨)에서는 사람을 만들되 평등하게 하고 남녀를 구분해서 갖가지 폐단이 생기는 일은 절대 만들지 말자고 주장했지요. 그렇지만 천제가 말을 듣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세상에는 남녀가 있어야 사랑이 있고 사랑이 우주에 넘쳐야 세계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그놈의 사랑의 감정이 외로움으로 변하여, 남자는 여자를 못 구하고 여자는 남자를 못 구해서 우울해하다가 병이 나서 자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 지경이 되었단 말입니다. 남자는 마음에 안 드는 여자를 맞아들이고 여자도 마음에 안 차는 남자에게 시집가서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다가 죽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오! 또 남자는 이미 아내가 있고 여자도 이미 남편이 있는데도 돌연 또 다른 남자나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몰래 정을 통하는 일도 많지 않습니까? 아내 말고도 아내가 있고 남편 이외에 또 남편이 있으니 서로 질투하고 죽이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가정이 생기면 자유롭게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이 아내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인생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가정을 지키느라 희생되는지, 연생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가정으로 인해 더해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정의 맛은 처음에는 달지만 나중에는 쓰고, 부부의 맛은 처음에는 진하지만 나중에는 옅어지지요. 만약에 남녀의 구분이 없다면 부부관계도 없고 모든 근심이나 알력이나 고통도 전부 사라지니 어찌 오묘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를 낳지 못해서 대가 끊기는 것이 걱정일 따름이오. 이제 우리는 혁명을 해서 이전의 구법을 모두 없애고 우리 방법으로 바꾸려 하오. 아이를 낳는 일 또한 남녀가 결합할 필요 없이 혼자서 할 수 있소. 우리가 여러 번 해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단 말이오. 천상에 여기씨(女岐氏)라는 여신이 계시오. 그 분은 남편 없이 아들 아홉을 낳았으니, 바로 우리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표본이라 할 수 있소. 우리는 여기씨를 초대해서 이 방법을 하계에 전파하려고 여자국을 세웠고, 고심 끝에 왕맹을 고립시켜 남자들이 애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장부국을 세워 긴 세월이 흘러 효과를 보았지요. 이 방법과 생각을 온 천하에 전파하여 인류의 근심, 알력, 고통을 없애서 우리의 방법과 생각이 좋은지, 아니면 당치도 않은 엉터리 천제의 옛날 방식이 좋은지 보게 하려고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그들을 결합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우리 정책에 반기를 들고 우리 계획을 망치려 하니 어찌 용서할 수 있겠소? 빨리 이곳을 떠나시오. 그러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오."

말을 마치자 그는 다시 창과 방패를 흔들며 위용을 과시했다. 

경진이 듣고 생각해보니 그가 입만 열면 천제에게 반대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태진부인이 말한 천상의 흉악한 혁명분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섣불리 대적하기보다 얼른 돌아가서 상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54~356, 산해경, 예태일, 전발평 편저, 서경호, 김영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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