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남의 심부름으로 멀리 가서 빈방에 혼자 있는데, 밤중에 귀신이 송장 하나를 메고 와서 그의 앞에 던진다. 이내 뒤를 이어 다른 귀신 하나가 따라와서 앞의 귀신을 꾸짖되 "이 시체는 나의 것인데 어째서 네가 메고 왔느냐?"하니, 앞의 귀신이 답하기를 "이것은 나의 것이므로 내가 메고 왔다"하였다. 그러나 나중의 귀신이 말하기를 "이 시체는 실로 내가 메고 왔다"고 하여 마침내 두 귀신이 서로 시체의 팔을 하나씩 잡고 다투다가 먼저 귀신이 이렇게 제의를 했다. 

"여기 인간이 하나 있으니 그에게 물어보자."

이 말에 따라 나중의 귀신이 물었다. 

"이 시체는 누가 메고 왔는가?"

그 사람이 생각하기를 "이 두 귀신은 힘이 센데, 사실대로 말해도 내가 죽음을 당할 것이요, 거짓을 말해도 죽음을 당할 것이다. 어차피 죽음을 당할 것이라면 거짓말을 해서 무엇하랴" 하여 사실대로 "그 시체는 앞의 귀신이 메고 왔다"고 하였다. 

그러자 나중의 귀신이 화를 내어 그 사람의 팔을 뽑아 땅에 던져 버리니, 먼저 귀신이 시체의 팔 하나를 뽑아다가 그에게 붙여주어 멀쩡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하여 두 팔, 두 다리, 머리, 허리 등 온몸을 모두 시체의 것과 바꿔놓은 뒤에 두 귀신은 뽑아 버린 사람의 몸을 다 먹고 입을 닦으면서 어디론가 가 버렸다. 

이 때 그 사람이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어머니가 낳아 주신 몸을 몽땅 두 귀신에게 먹히고, 나의 이 몸은 몽땅 저 시체의 것이니, 나는 지금 몸이 있는 것인가, 몸이 없는 것인가? 몸이 있다고 하자니 모두 귀신에게 먹히었고, 몸이 없다고 하자니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걱정하기를 마치 미친 사람 같더니, 이튿날 아침에 길을 떠나 가다가 목적한 국토에 이르렀는데 불탑과 스님들이 있었다. 그는 찾아가서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몸이 있는가, 없는가?"만을 물었다. 비구들이 도리어 묻기를 "그대는 누구인가?"하니, 그는 "나도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 모르겠소"라고 하면서 지난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비구들은 그 사람이 무아의 도리를 잘 알아서 제도하기 쉬울 것을 알고 그에게 말했다. 그대의 몸은 본래부터 항상 나가 없었다.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다만 사대가 화합하기 때문에 내 몸이라는 생각을 내었을 뿐이니, 그대 본래의 몸이 지금의 것과 다름이 없다." 비구들이 제도해 주니, 도를 닦아 번뇌를 끊고 곧 아라한을 이루었다. 이것이 때로는 남의 몸에 대하여 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너와 나를 구분하여 나가 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도리이다. 


- 龍樹 造, 鸠摩羅什 譯 《大智度論》, 제12권, 《大正藏》

 용수 조, 구마나집 역 《대지도론》, 제12권, 《대정장》

p146~147, 동서양의 인간이해, 한자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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