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세트] 리니지 (총14권/완결)
신일숙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만화는 93년에 나왔고, 게임으로 나온 것은 98년이다. 

아마도 내가 처음 무언가를 알게 된 것은, 게임광고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그때도 이야기를 읽어보려고 했었을까, 누군가에게 들었을까.

이십대의 나는 제목의 뜻을 찾아서 보고, 의미가 핏줄인 이 이야기가 부도덕하다고 생각했다. 데모에 따라다니던 학생이었던 나는, 민주적 국가 운영에 대해 주장하던 나는, 민주주의 시대에 왕의 아들이 왕이 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리는 이야기,를 읽고 열광한다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다 늦게 지금 읽기로 한 것은 그런 태도가 나의 편협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동화가 없다면 '사악한 새엄마'라는 관념 자체가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간혹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동화나 무서운 만화가 이토록 보편적 공감을 얻는 것은 어른과 아이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동화는 진실하고, 두렵고, 받아들일 수 없는 어떤 것을 포착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실한 동시에 두렵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요. 인간 본성의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의 일부가 이렇듯 대중화된 신화 안에 결정으로 맺힙니다. 그렇다면 새엄마 신화 안엔 무엇이 결정으로 맺혀 있는 걸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증오와 공포뿐 아니라 사랑과도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p28, 충분히 좋은 엄마, 도널드 위니코트, 김건종 옮김


자신의 가문을 자랑하는 젊은이 맞은 편에 서서, 나의 가문은 나부터 일어설 것이다,라고 말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될 거라고 말하는 자신만만한 젊은이의 말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도 같다. 그렇지만 좋아할지 말지는 읽으면서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마음에 벽을 세우고 들여다보지조차 않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 늦게 읽었다. 

그래도 여전히 '반왕'이 좀 더 좋은 왕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미 대중문화에 여기 저기 가득찬 신비로운 서사들의 원형을 본다. 중세 유럽같은 도시국가들이 있고, 고귀한 혈통, 요정기사, 마녀와 마법사. 이야기 가운데, 반짝이는 묘사들을 본다. 이미 익숙해서 처음 읽는 기분이 들지 않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을 고귀하다고 생각하고 이야기에 들어서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신분이나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모험을 시작하는 이야기,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 삶의 고난을 버텨내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좀 더 젊었을 때 읽었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