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빠빠라기
투이아비 지음, 에리히 쇼이어만 엮음, 유혜자 옮김, 이일영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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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보는데, '주접이 풍년'이었던가, 임창정이 나오고, 임창정의 팬클럽 '빠빠라기'가 나왔다. 빠빠라기,가 뭐지 싶어서 검색을 하고 '하늘을 찢고 나온 사람'이라는 원주민 말이라는데, 책도 검색에 걸려서 읽었다. 

태평양의 섬에 사는 원주민이 서양을 여행하고, 자신의 동족들에게 '경계하라'는 말을 하는 책이다. 자신들의 언어에 없는 말들로 서양인의 삶과 문명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몸을 감추는 서구의 문명에 대한 의아함이 가득하고, 절대로 그들처럼 되어선 안 된다는 호소문이다. 

읽으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언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짧은 여행은 그저 기이하다,고 할 법하지만, 추운 겨울을 겪고 나면 좀 이해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뭐, 나도 몸을 죄악시하는 문명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지만, 태평양 한가운데 섬보다는 춥고 먹을 것도 없는데 사람은 많으니, 벽돌로 궤짝을 만들어 층층이 쌓아놓고 걸어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내 생각인 것처럼 말하지만 나의 많은 부분이 내가 살고 있는 상황들 때문이 아닌가. 추운 겨울이 있으니, 두꺼운 겨울옷을 어디 잘 보관해둬야 하고, 곡식이던 돈이던 모아둬야 하는 게 아닌가. 

서구인의 자신들의 삶이 문명이고, 무언가 대단한 양 주장하는 것도 꼴 사납고, 원주민이 자신들의 삶이 아름답고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도 듣기 괴롭다. 

서구인의 문제는 자기들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 남들도 그렇게 살라고 못 살게 군다는 거기는 하다. 게다가, 몸을 죄악시하는 태도로 자연을 대상화시키고, 매연을 쓰레기를 참으로 열심히 내다놓기도 했지. 자연이 손상당하면, 문명화되지 않은 방식의 삶이 또 위협당한다. 결국 문명화의 시도들이 성공했다는 것은 괴롭다. 우월한 게 아니라, 적응한 거였는데, 잘난 체 했더니 속는다. 사람이란 그렇게 팔랑거리는 존재인 건가. 

다른 시공간을 사는 사람들은 이상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아마 이 책이 유럽에 소개된 1920년대에는 문명인의 높은 자부심 가운데, 야만인의 자부심이 이상했을 것이고, 한국에 소개된 1980년대에는 유럽을 쫓아 내달리는 스스로의 열망 가운데 이상했을 거 같다. 그 시대에 필요했던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었겠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도 유효한가, 질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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