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그랬어 221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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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를 동생이 구독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안 봐서 이제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싶었는데, 둘째가 그래도 이것 저것 보나 보다. 221호가 온 날 내가 퇴근했더니, '교장 선생님이 우산을 부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뭔 소리지, 싶었는데, '1990 무화과 나무'라는 만화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생일선물로 받은 예쁜 우산 때문에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순이는 우산을 펼쳐들고 학교에 갔는데, 학교 앞에서 비는 이미 그쳤고 교장선생님은 번잡한 등교길에 우산을 접으라고 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말을 못 들은 것 뿐인데, 교장선생님은 우산을 빼앗아 부순다. 만화를 보고 내게 묻던 아들처럼, 순이도 친구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기분만 나쁘다. 순이는 우울한 마음이 되어서 집에 오는 길에 우산을 고치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우산을 고쳐 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괴로운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는기다'라고 말해 준다. 그러면서, 괴롭고 해결책이 없을 때는 잊는 것도 좋다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은 잊어도 좋다고, 똥을 밟은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해 준다. 잘 고쳐진 우산을 받고 순이는 상했던 마음도 고쳐진 기분이 되면서 만화는 마친다. 


처음, 트라우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안타까워 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참 나,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아무데나 가져다 붙인 트라우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잊어도 좋을 일을 복기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세태인 거 같아서 저런 말을 책 속에서 만나니까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모욕하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한 법륜스님의 대답을 기억하고 있다. '상대가 똥을 내게 줬으면, 받지 말고 버려야 한다, 그걸 자꾸 들여다보면서 괴로울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하셨었지. 마음 속으로 '반사'를 날리고 조용히 내 자신의 마음 속에 평화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나를 내 자신이 왜 자꾸 괴롭히는가. 똥을 밟은 거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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