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3 딸아이가 까다로운 질문들을 한다.
거절과 거부가 뭐가 달라?라고 물었다.
둘은 분명히 다른데, 설명하기 어렵네.
출근길 차 안에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
거부는 밀어내는 느낌이고, 거절은 딱 잘라내는 느낌인데. 이건, 뭐랄까, 거부는 나한테 의사를 물어본 게 아니야.
나 너 좋아해 하는데, 난 싫어, 라고 하는 건 거부.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하고 묻는데, 싫어,라고 대답하는 건 거절이야. 여기서 차이는 대답에 있지 않다. 똑같은 싫어,지만, 질문인가 아닌가에 있다.
여전히 차이를 아는 거 같지는 않아서, 그리고 내가 또 맞게 대답한지 모르겠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 검색해서 이런 답을 봤는데(https://blog.naver.com/netbar/221761057871) 여기서는 둘 다 상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거지만, 끊을 절이 들어간 거절이 강한 거부라고 표현하더라. 거부는 자신의 상황을 들어 온건하게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refuse, 거절은 자신의 판단을 표현하는 reject라면서 거절보다 거부가 온건한 태도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그런가, 의심이 드는 채로 집에 와서 속뜻사전을 찾아보았다.
거부와 거절의 거는 같은 한자(막을 거 拒)를 쓰고, 아닐 부(否)와 끊을 절(絶)을 쓴다.
거부에는 동의하지 않음,이라고 설명한다. 다음 국어사전은 거부와 거절의 뜻이 같다.
거부 1. 동의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다
2. 남의 요청이나 제안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다.
거절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다.
아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한 번쯤 물어볼 걸 그랬다.
식탁 위에 신영복선생님의 글씨달력에 있는 4월의 글귀 때문이었다.
독버섯이 식탁의 논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유로 살아가야 한다,는 거다. 자신의 이유로 살아가는 게 자유라고 쓰여있는 걸 보고 거부와 거절을 물어본 거다.
나는 역시 거부와 거절은,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강도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내 의사를 물었는가, 묻지 않았는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의사를 물었다면 거절할 어떤 사안을 내 의사를 묻지 않고 상대가 단정하였다면, 나는 거부해야 하는 거라는 거지.
예를 들어, 나는 성역할을 거부할 수 있지 거절할 수는 없다.
뉘앙스로 구분하는 그 많은 말들에 설명을 하려고 애쓰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