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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 천일야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평점 :
시경을 읽어보려고 할 때, 아, 그 시대 왕가라는 건 연예인들이었네, 싶었다. 왕가의 결혼, 치정극, 불륜 막장극이 시경 속에 있었다. 사람들이 입으로 전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나라들의 이야기가 노래로 남아 있었다. - 선강(https://namu.wiki/w/%EC%84%A0%EA%B0%95)의 이야기는 완전 파격적인 데다가 거의 초반에 등장해서 계속 읽어보려는 시도를 하는 그러니까 문제집의 앞쪽만 푸는 나는 굉장히 여러 번 보게 되었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이북으로 읽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나라의 그래도 살아남은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었다. 나라도 가고, 사람도 가고, 왕가도 사라지고, 신분제도, 마법사도, 요정도 믿음의 자리에서 사라졌어도 이야기는 어찌나 힘이 센 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기억 속에서 마음 속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들이다.
가혹한 권력을 행사하는 배신당한 왕에게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고, 절묘하게 끊어놓는 이야기로 생을 연장하는 세헤라자데는 지금의 요령좋은 드라마작가 같다.
이야기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질길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 이야기들 가운데, 무엇을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보고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어떤 형태로 내가 사라진 다음에도 살아남을까. 법이나 제도, 권력이나 국가, 그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들은 어떤 믿음으로 어디로 흐르는가, 그 모든 이야기들을 무시하고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게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배신하고 복수하는 사람, 설명할 수 없는 힘들-요정과 마법-, 속이 빤히 보이는 잔꾀, 영리한 아이와 노예, 여자. 논리정연하지 않은 혼돈의 이야기들 가운데,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