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독도이슈가 화르륵 타올랐을 때 동생이 '누나, 이러는 게 일본이 바라는 거야'라고 했었다. 분쟁이 생기고, 국제재판소에 올라가는 것, 그게 일본이 바라는 거라고. 당연하게 점유하고 당연하게 우리 땅인데, 왜 재판에 올리겠냐고. 심판이 오염되었을 수도 있는데, 라고 말했다. 아, 기분 상 더 이야기하고 싶어도 참는 게 좋을 수도 있겠네, 생각했다. 나한테 그렇게 말한 동생은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했다. 동북공정으로 화르륵 분노의 여론이 끓어오를 때, 근대국가의 국경은, 역사상 국경과 분명히 다르고, 그럼 중국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 거냐며, 지금 중국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는 일부분 중국의 역사로도 기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생의 말들을 들어서 나는 좀 더 가만히 있기로 했다.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었다. 개막식에서 중국 내 수많은 민족들이 자신의 전통의상을 입고 거대한 중국의 오성홍기를 떠받쳐서 옮겨서 게양했다. 그게 '한복공정'이란 이름으로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게 왜?라고 생각한다. 이웃으로 살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영향이라는 것은 사람들이기도 해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전쟁으로 포로가 되어 살기도 하고, 일제강점기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기도 했다. 바랐건 바라지 않았건 살게 된 후로 국경이 고정되고 국경 내 사람들은 이제 근대국가의 사람들이 되었다. 조선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본에도 미국에도, 중국에도 우크라이나에도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조선과 국경이 같지도 않고, 그대로 정체성을 이어오지도 않는다. 역사가 길고, 긴 역사 가운데 가지는 어떤 정체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정체성 혹은 그 감각 그대로 모두 다 내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국경선이 가로지르는 데로, 북한에 갈 수도 없고, 그 모든 역사적 일들을 바로잡아 되돌릴 수도 없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어, 기억들 가운데에서 살아갈 뿐이다. 

중국의 조선족이 한복을 입는 일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다른 많은 분노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복은 대한민국의 옷이라기 보다, 조선의 옷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근대국가의 정체성을 나라고 생각할 수도 없고, 조선인이었던 사람이 중국에도 살고 있다. 그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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