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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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종신의 계약이다. 변호사 유튜버의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6513741 )를 후닥닥 넘겨 읽으면서, 결혼이 얼마나 무거운지, 깜짝 놀란다. 상호 정절의 의무를 지기로 하고, 서로의 짐을 나눠지기로 하고 인생의 끝까지 함께 걷기로 하는 건 그래, 역시 겁이 나는 일이다. 나는 결혼에 환상이 없어서 오히려 쉽게 결혼한 것도 같다. 회사에서 여자들이 모여 왜 결혼했는가,를 주제로 말할 때, 나는 명쾌하게 아이가 갖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사랑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서는 나의 이유가 아니었다. 뭐 사는 거야 살면 되잖아? 그런데 아이를 갖는 건 뭔가 강경한 계약이 필요해,라는 태도가 내게 있었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할 즈음 책을 사서 읽은 거 같다. 무언가 젊은 여성에게 주는 교훈서 같은 인상을 받는다. 아름다움과 젊음으로 자신만만하던 여성이 당시의 결혼적령기를 이미 넘기고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는 와중에 그래도 자신의 여동생보다 먼저 결혼하려고 마침맞게 청혼한 남자와 결혼을 한다. 다행히 나쁘지 않은 남자였는데, 사랑의 열정과 사교적인 능숙함, 친절한 말 따위를 원하는 여자에게는 지나치게 진지한 남자여서 여자는 바람을 피운다. 이미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는 남자와 이것은 사랑이라는 확신에 차서 어리석은 정사를 나누고는 남편의 조롱을 받는다. 남편은 극진히 사랑했으나 정절의 의무를 저버린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안전한 식민지 도시를 떠나 전염병이 창궐한 내륙으로 들어간다. 안온한 삶에서 위험한 삶으로 남편을 따라 떠난 젊은 아내는 주변의 죽음 가운데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각하고, 자신의 딸에게는 의존적이지 않은 삶을 주겠다고 결심하면서 맺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했다. 여성에게 어쩌면 강요,되는 정절의 의무는 결혼이란 계약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여전히 성교와 임신을 떼어낼 수는 없고, 결혼이란 계약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은 보호자가 줄어드는 만큼 위태롭다. 아이를 원했던 여성인 내가,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보증을 원하는 남자와 종신의 계약을 체결한다면, 그 안에서 서로가 져야 하는 책임은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결혼은, 미래를 아이를 위한 계약이지 나를 위한 계약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 계약을 나나 상대에게도 의미있게 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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