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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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다가 만나서 책을 찾아 읽었다. 듣는 것과 읽는 것은 무언가 달라서, 책을 읽을 때 더 많은 논리를 원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을 쫓던 대한민국이 더 이상 쫓을 길 없이 새로 길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과연 선진국인가, 미국인은 왜 그 많은 총기난사사건 와중에도 총기소유 금지를 하지 않는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 하는 서양의 이야기들 가운데, 서양의 학자들이 분석한 심리학이나 사회학이, 제시한 해결책이 내 자신의 성향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와중에 만났다. 유튜브도 책도 재미있었다. 

책이 나온 시점 탓인지, 책은 결국 한국인이 이러한 태도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개선할 점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지금 읽어서 정말 그러한가 물러선다. 

높은 주체성, 때문에 준법정신이 약한 한국인. 

높은 가족확장성 때문에 사회를 가족처럼 인식하는 한국인, 

높은 관계주의 때문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한국인, 

높은 심정중심주의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한국인, 

높은 복합유연성 때문에 불가능한 것을 원하는 하나를 선택하고도 다른 하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 

높은 불확실성 회피 때문에 스펙에 집착하는 한국인, 에 대해 말한다. 

내가 유튜브에서 보고 재밌었던 건, 한 중 일 삼국을 비교해서 주체성과 집단의식을 보여주는 것, 미래를 보는 낙천성에 대한 거였는데, 책에는 그런 부분이 잘 안 보였다. 

준법정신, 이라는 게 필요하지만 과연 법이 전부인가? 법에는 취지가 있고, 취지가 지켜진다면, 세상의 변화를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법이 과연 지켜져야 하는가? 관계주의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도덕적으로 결벽적인데, 다른 나라의 방식대로 법제화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한국인은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서, 이유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렇게 말을 안 듣는 건데, 그걸 법이나 시스템으로 강제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겠는가? 권력을 가졌다면 생각하지 않는 말 잘 듣는 국민을 아마도 원하겠지만, 권력이 없는 처지에 이런 개개인. 준법정신은 별로 없지만 세상 전체를 가족으로 생각해서, 타인의 아이도 자신의 아이처럼 보호하려 들고 때로는 잔소리하려 들고,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중요해서 평판이 어그러질 행동을 쉽게 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람과 사는 편이 훨씬 더 좋지 않은가. 주변 사람들이 뭐라던 상관없는 사람들보다, 자기 가족과 가족아닌 사람의 경계가 뚜렷한 사람보다, 법이라서 그저 지키는 사람들보다, 왜 그 법이 생겼는지 의문을 품고 반발하는 가운데,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 거다. 

높은 복합유연성 때문에 아마도 세계 어디보다 좋은 의료보험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하고, 증거 없이 믿지 않으려는 마음은 아마도 정말 계급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 거다. 저자는 미국이나 영국이나 프랑스의 중산층, 정의와 한국의 중산층 정의가 다르다고 그런 물질적인 기준들만 가진 태도가 열등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게 차라리 낫지 않은가, 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우월감을 입증하는 수단이 되는 나라라니, 문화적 소양이라는 것이 계급적 지표라니, 부끄러운 노릇이 아닌가,라고도 생각한다. 

한국인,이라서 다행인 날들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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