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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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밤길을 걷다가 맞고 있는 여자를 발견한 남자는 때리던 남자를 말리고 여자를 구해준다. 훌륭하다. 그러나 다음 장면은 끔찍해진다. 여자는 이제 그 남자를 따라다닌다. 멀리서 지켜보고 악착같이 쫓는다. 이제 그 남자는 여자를 때린다. 그 남자는 다른 남자가 그 여자를 자신으로부터 구하는 순간 안도의 미소를 지으면서 영상은 마친다. 그 영상을 여기 걸고 싶었는데 찾지를 못했다. 그 영상을 보고 기분이 많이 나빴다. 이 영상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 영상은 사회에 무슨 쓸모가 있고, 어떤 도움이 되는가. 재밌잖아. 심장이 쫄깃하고 무서웠잖아?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대답했던 적이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영상 생각이 났다. 나는 이 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 연민에 대한 인용들은 나조차도 누군가에게 했을 법한 말들이고, 연민에 따르는 책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어떤 태도는 그 영상과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만약 작용한다면,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책 속에 여성들의 묘사가 싫었다. 이렇게 저 자세라니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화자인 남자의 변명으로 가득찬 서사가 싫었다. 

그러고도 내가 끝까지 나름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이런 책을 쓰고, 이런 말을 하고 얻는 '지식인'이란 평판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동양에서의 '지식인'과 서양에서의 '지식인'은 다른가. 아니면, 내가 팽배한 주체성,으로 쉬운 정치를 위해 '자신 없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마라'라는 말을 하는 그들 입장에서는 유의미한 말에 반발하는 것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신경이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찾게 되는 것처럼 감정은 더 많은 연민을 원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옆에서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되죠. 언젠가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그 거절 때문에 환자가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은 사람보다도 자신을 더 증오하게 될지라도 그렇게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래요. 소위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 의사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판사나 법 집행관, 전당포 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연민에 굴복한다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연민이라는 거, 아주 위험한 겁니다! 이번 경우에도 당신의 나약함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보십시오!"-p235


나는 이 세상에서 나쁜 일이 발생하는 까닭은 사악함이나 잔인함이 아닌 나약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p246


나는 이와 같은 상상을 하면서 이상한 자기만족을 느꼈다는 것에 전혀 부끄러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가장 큰 추진력은 바로 허영심이다. 특히 나약한 사람일수록 겉으로 용기 있고 결단력 있어 보이는 행동을 취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마련이다. 나는 처음으로 동료들에게 내가 자존감이 강한 놈임을 보여줄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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