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정말 오래 전이다. 그래서 그 판본을 걸고 싶었는데 찾지 못했다. 내가 산 책도 아니고, 집에 있던 책을 읽은 거다. 

청소하면서 이 먼지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라던 글이 기억난다. 

그렇지만, 이 책은 각각의 이야기보다 슬로건,처럼 남았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만 실천하고 살아도 좋은 삶일 수 있다,라는 그 말이 슬로건이 된 거다. 단순하고 명쾌한 것들로 충분하다는 말이 오래 전 내 안에 남아서, 나는 어른의 말에 대꾸하고,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유치원에서 배웠음직한 좋은 태도들에 비추어 어른의 말을 반박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태도로, 사안들을 만나고, 사안들에 발언한다.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판단을 미루지 않고, 단순하지 않은 대답을 의심하면서 살아왔다.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경험이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상대의 나이나 경험이나, 지위를 떼어내고, 그 말들 안에서 내가 수긍할 수 있는지만 생각한다. 나에게 좋은 것과 나에게 싫은 것을 판단하는데, 상대의 말들을 그저 참고만 한다. 듣는 것은 가능하지만, 판단하는 것은 나의 몫이니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나와 논쟁하는 사람이 다른 권위를 가져오는 게 싫다. 너의 생각을 말해. 권위를 가져 와서 나를 굴복시키려고 하지 말고. 너의 논리로 나를 설득하라고, 살아가기 위한 당연하고 중요한 것은 이미 너도 나도 알고 있다니까,라는 태도인 거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지금 이 상황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만 고민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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