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샤인 - 제시카 소설 데뷔작
제시카 정 지음, 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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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으로 빌려 읽으니 이런 책들도 빌려 읽는다. 그러고는 가차없이 이런 식으로. 


내내 한 생각은 왜 레이첼의 어머니는 그런 식으로 하는 걸까. 지원하기로 하고 이주까지 했으면서 왜 그렇게 통제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레이첼에 이입할 사람이 아니니까. 중학생인 딸이 케이팝스타를 꿈꾸면서 기획사에 들어간다면, 나는 혼자 보낼 거 같다.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가 그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레이첼의 어머니는 언제나 모호한 태도로 언제나 모호하게 행동한다. 모두를 가질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걸 용납하지도 않는다. 


너무 한심한 이야기들이라 겨우 겨우 읽었다. 아이가 부모를 이해하려고 지어내는 이야기들은 다 좀 한심하고, 레이첼이라는 주인공 여자애가 매력이 없었다. 로맨스로 읽기에도 부족하고, 아마도 서양에서 먹힌다면 가혹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세계가 궁금해서인가 싶다. 

시류에 영합하려는 듯한 시도로 '여자에게 가혹한' 따위의 묘사들은 뭐지? 싶다. 

아름다운 얼굴과 멋진 청춘의 몸매,를 전시하며 가짜 사랑을 판다. 연예계,라는 게 그렇지 않나? 

그 판타지 안에서 열매를 취하면서, 비판은 거부한다는 건 모순이지 않나. 

여자들이 여자들끼리 따돌리는 상황에 대한 묘사도 그런 생각이 든다. 

문화,는 여자들의 영역이고, 여자들의 오랜 문화 안에서 여자들이 만드는 억압들이다. 문화,라는 추상은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거고, 레이첼이 추미나를 비방하는 그 모든 말들은 업계 밖의 사람들이 하는 말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업계의 판타지 속에서 이력을 쌓아, 부를 일구고도 여전히 업계의 판타지를 이런 한심한 소설로 써서 파는 작가가 뭐지 싶다. 

가짜 사랑을 팔고 있으면서, 그것에 따르는 댓가는 하나도 치르지 않는 것, 그건 과연 합리적이기는 한가. 도대체 데뷔를 앞둔 연습생 주제에 톱스타 남자와 연애도 하면서, 나에게는 케이팝밖에 없다는 모순투성이 태도인 주인공에게 이입이나 할 수 있냐고. 사랑과 직업적 성취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시기, 혹은 상황에서 두 개 다 가능한 양 말하는 어린애의 쓸데없이 긴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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