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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평점 :
이름이란 뭘까. 삼백이는 이름이 없어서 삼백살이나 살았는데 말이지. 이름이 없다고 해서 존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름과 본질은 연결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세상 만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원자력발전소와 핵발전소 때문에 한참을 이야기할 때(https://blog.aladin.co.kr/hahayo/7744179), 나는 언어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언어에 대해서, 언어의 본질에 대해서, 언어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려는 태도의 무용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결국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에 거리두기를 실패한 안타까운 존재로 회자되는 것으로 마쳤지만, 지금도 나는 언어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먼저 나서서 사회나 문화를 제도를 직조하지 않고, 사회나 문화나 제도 안에서 언어가 꼴을 갖추는 거지. 애초에 그런 언어가 아니었어도, 사회가 변화하면 언어 자체도 의미를 바꾸던지, 모양을 바꾸던지 변해버리는 거다.
발화되고 사라지는 말뿐만 아니라, 기록되어 전해지는 글조차, 변화하는 세상 가운데 달라진다. 정 반대의 의미로도 변화하고, 오류가 고착되서 변화하기도 한다.
책은 이적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고 재밌다길래 구해 읽었다. 표음문자들로만 가득찬 유럽의 말들이다. 거대한 언어의 경계가 세계의 다양한 말들을 품고 변화한 경로들을 보여준다. 인간의 혐오하고자 하는 마음도,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도, 역사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언어 안에 어떤 식으로 남아 있다. 언어라는 걸 수정하려는 태도는 어쩌면, 타인을 수정하려는 용맹하고 오만한 태도다.
표의문자의 세계에 살고 있어서, 우린 좀 덜할까 싶어 다행인가. 우리 언어 관련 책을 찾아볼까, 싶다.
앵글로색슨 족과 켈트족의 관계가 실제 어떠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겁니다. 학살이 만연했는지, 화기애애하게 잘 지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시대는 암울했고, 역사는 망각이 심합니다. 애통해하거나 분개할 만한 일도 아닙니다. 역사는 길게 보면, 훔치지 않은 문물 없고 침략당하지 않은 나라 없습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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