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그랬어 203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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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열심히 보는데, 고정코너로 아이들의 토론 코너가 있다. 토론주제가 있고 아이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건데, 보통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거 아이들도 생각하고 재미있네 하고 보게 된다. 그런데, 203호도 204호도 뭔가 어른이 같이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203호 토론 주제를 보고 큰 애랑 이야기하면서 '오호 흑역사를 그렇게까지 박제하다니!'라면서 웃었다. 203호의 토론 주제는 '어린이는 초보자?'라는 거였고, 요근래 자주 쓰이는 합성어들이 어린이를 초보자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는 거였다.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가는 그런 토론이 아니라, 모두 다 '기분나빠'인 어린이들의 이야기였다. 요린이, 겜린이, 캠린이, 처럼 무언가를 처음해서 잘 못하는 초보자 초심자를 의미하기 위해 만든 합성어들이 '어린이를 초보자'라는 의미로 쓰면서 혐오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리다,는 말이 그런 의미가 있는 걸 알고, 중2인 큰 애와 이야기를 했다. 중2인 딸도 펀게시판 같은 데서 '요린이,라는 말은 혐오표현이니 쓰지 말자'는 글을 보고 도대체 왜?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고 했거든.  훈민정음을 배우면서 '어리다'는 말이 '미숙하다'나 '어리석다'라는 뜻이 있는 걸 알고 놀랐다면서, 그 책속의 토론자 어린이들도 배우고 난 뒤에는 자신의 말들이 박제되어 남은 걸 흑역사라고 생각할 거라면서 웃었다. 나는 미숙하다,는 말이 왜 기분나쁜지도 잘 모르겠어서, 처음 하면 못하는 게 당연하니까, 어리다,가 그 뜻인 게 어린이가 그 뜻인 게 왜 기분나쁜 건지 잘 모르겠더라. 

언어라는 게, 가지는 어떤 함의들이 있고, 계속 의미나 뉘앙스도 변화하고. 그 토론을 읽고 혹시 몰라서 기분나쁜지도 물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아들친구에게도 '요린이란 말 기분 나뻐? 초딩은?' 아들은 '초딩은 안 나쁜데 젠민이는 기분 나뻐'라는 답을 들었다. 도대체 '젠민이'는 뭐라니. 아, 언어가 나고 자라고 사라지는 건 얼마나 순식간인지. 처음에는 이상한 말이었다가, 그냥 그런 말이 되었다가 모두가 쓰는 말이 되면 또 다음 세대는 다른 말을 만드는 건가?  

미숙하다는 게 그렇게 기분나쁜 일일까. 204호 독자엽서에도 '어린이는 초보자가 아니'라고 자기 친구는 게임레벨이 다이아라는 엽서가 있더라. 어린이,라는 표현이 가지는 일반성을 개개인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반박하는 것은, 무언가 대화가 엇나가게 하고 있다. 기분이 나쁜가? 기분이 나빠야 할까? 어린이,이기 때문에 용서받는 그 많은 실수들을 생각해본 적은 없을까? 옛 말씀에 너무 이르게 성공하는 건 복이 아니라고도 했고, 어렸을 때는 배우고 익히는 건 당연한 건데 말이다. 

204호를 보고 있자니, 큰 애는 또 누구의 흑역사가 박제되었냐고 물었는데 204호의 토론주제는 '훈육은 필요한가'였고, 이번에도 역시 무언가 뒤죽박죽이었다. 나는 또 토론 중간에 앉아서 뭔가 토론의 흐름을 바로잡고 싶었다.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거나 이상해서 재미없는 말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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