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지니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isIGE_tudCo )를 보고 있었다. 

"엄마 말은 안 듣는 얘가 기가지니 말을 듣네"라는 내 말에 남편이 "어이구, 좋댄다"라고 추임새를 넣어서 빵 터졌다. 

엄마 말을 안 듣는 아이가 기계가 하는 말은 듣는가? 애초에 그 자체에 의문이 드는데 이런 광고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사람과 말할 때는 눈을 보고 말하고, 화가 나서 말이 안 나올 때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상대가 반응하는 걸 보면서 말의 톤을 조정하고, 말의 투를 조정하고, 이 설명하기 어렵고 복잡하고 감각적인 것들을 아이들은 어디서 배운단 말인가. 엄마가 이렇게 말할 때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 거야,라는 다음의 예측이 일어나야 하지 않는가. 가족 안에서 배워야, 위험을 피하고, 위협을 감지하고, 상대를 분별하고, 가족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피곤한 나는, 기가지니에게 예절을 배우는 어린이가 걱정스럽다.


꽤 오래 전에 삼성의 패밀리 허브 광고를 보면서도 불편한 심사를 써놓은 게 있어서 퍼 놓는다. 기가지니와 대화하고 냉장고와 대화하는 것은 어쩌면 혼자 사는 쓸쓸함 가운데 필요할텐데, 아이와 엄마, 단란한 가족 가운데에서는 영 어색한 이야기만이 생긴다. 


삼성 패밀리 허브 광고, 가
- 사람들 눈에 저게 행복의 묘사인가, 이런 생각을
남편이 산 비싼 글러브가, 아내를 화나게 한다. 화난 아내를 살피며 분리수거도, 청소도 열심인 남편이 묘사된다. 남편이 아니라, 냉장고에게 말 거는 아내는 남편이 거의 포기할 즈음, '칼국수 먹을래'라고 질문한다. 냉장고가 아니라, 아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질문했다는 게 기쁜 남편은 자기가 하겠다며, 냉장고의 설명에 따라 요리를 한다. 칼국수를 끓여 아이와 아내가 함께 먹는다. 나는 묘사 하나하나가 다 무섭다. 남편도 아이도 있는데, 냉장고에 말거는 아내-라디오 좀 켜 줄래-, 비싼 가격이 찍힌 영수증을 보면서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내, 혼자 노는 아이. 그저 저런 묘사를 못 보겠다. 냉장고라니, 요리를 보여주고, 속을 보여주고, 라디오도 나오는 냉장고가 '가족을 이어주는'이라니 끔찍해서. 아마도 사물 인터넷으로 다른 것들까지 연결했겠지만 역시 나는 아주 끔찍해서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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