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행복사회 시리즈
마르쿠스 베른센 지음, 오연호 편역 / 오마이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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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상적이라 의심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가진 의심은 이런 거였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교사에 자율권을 줄 수 있지? 입학하고 9년이나 같은 선생님이면, 좋은 선생님이라면 그 9년은 좋겠지만, 만약 독재자같은 선생님이라면 그 9년은 끔찍하지 않나? 시험도 없고, 경쟁도 없다지만 교사에게 주어진 자율권이 크면, 민원도 많을 텐데. 부모들이 항의하지 않나? 그게 가능한가? 나는 계속 생각했던 거다. 

그러다가, 덴마크에 여전히 왕실이 있고, 내가 드라마 '궁'-https://ko.wikipedia.org/wiki/%EA%B6%81_(%EB%93%9C%EB%9D%BC%EB%A7%88)-을 보다가 느꼈던 어떤 통쾌함이 떠올랐다. 그 때 드라마 속의 여주는 평범한 가문의 평범한 소녀인데, 하루아침에 황태자비가 되어가지고는 온갖 시샘과 질투 속에 있었다. 여주가 무슨 파티에서 명문가의 자제들 가운데서 무시당하는 와중에 짠,하고 등장한 황태자가 여주를 무시하던 재벌의 아들, 딸, 명문가의 아들, 딸을 납작하게 눌러주는 장면이었다. 내가 느꼈던 통쾌함은 어찌 보면 모순적일 수도 있는데, 결국 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는 것에 있었다. 재벌의 자제가 가진 부유함도, 명문가의 자제가 가진 어떤 배경도, 결국 당해내지 못하는 다른 게 있다. 아무리 잘난 척 하고 발버둥쳐도 결국 넘어서지 못할 어떤 것이 있다는 것에 통쾌함을 느낀 거였다. 같은 사람이지만 같지 않은 존재, 노력으로 다다를 수 없는 지경의 존재가 있고, 그 존재를 수용한다는 것은 억울하고 분할 수도 있지만 편안하고 긍정적일 수도 있는 거지.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세계시민을 기른다는 덴마크의 선생님들이 딛고 선 사회는, 무엇으로도 넘지 못하는 왕가를 가진 입헌군주국이고, 바이킹의 후예, 식민지배의 과거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amu_min&logNo=221253929309 )가 있는 나라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시민 봉기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도 있는, 식민 피지배의 과거가 있는 여기의 교육,은 딛고 선 삶 가운데 최선이 아닌가, 생각했다. 다른 걸 가르칠 수도 있고, 부모가 다른 태도를 가질 수는 있지만, 여기와 거기는 다르고, 한 장면만을 오려서 배우는 것은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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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5: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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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8 0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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