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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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아이들도 나도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올해 입학예정이던 막내는 학교에 안 가도 좋겠다고 하고, 초4가 되는 아들놈도 개학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아빠 출근한 집에서 활개치고 노는 모양이다. 중2만 그래도 학교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나도 야단 못 치겠는 게,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회사에 안 가게 되는 것에 나조차도 적응하고 있다는 거다.

어제도 그래서 출근을 못 했다. 출근할 때는 책을 한 권씩 골라주고, 일일연산지를 한 장 뽑아주고, 학교에서 문자가 오면 전화로 알려주는데, 어제는 책 읽기 싫다길래 읽어줬다. 초4에게는 다른 책을 읽어주고, 초1에게는 이 책을 읽어줬다. 

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읽고는, 한참 꽂혀 있기만 했었는데-사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기는 사랑해,사랑해, 사랑해(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59324) ,고 이 책은 어른들이나 이해할 책이니까- 꺼내서 읽으니 새삼스러웠다. 그 때도 이런 기분이 들었었던가, 싶은 게 옆에서 듣는 초4는 어, 싶게 난데없이 '이중인격이다!'라고. 반응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자라서 엄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그 인생의 과정에서 위트라고 묘사되는 엄마의 말들에 그런 말이 튀어나온다. 깨어서 난장을 만들어놓는 아기에게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라고 하거나, 더 자란 아이에게 '너를 동물원에 보내버려야지'하거나, '내가 동물원에 간 거 같다'라고 푸념하던 엄마가, 밤에 잠든 아이의 침대 머리맡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것에 지금의 나도 같이 뜨악해진다. 처음 읽었을 때 울었던 것도 같은데, 프렌즈의 조이가 낭독하며 울던 게 생각이 나는 것도 같은데, 내내 이중인격인 엄마가-깨어있는 아들에게 어쩌면 악담을 퍼붓다가, 잠든 아들 곁에서만 사랑을 노래하는- 따로 나가사는 아들네 집에 밤에 찾아가서, 몰래 잠든 아들 곁에 노래를 부를 때는 왜?왜? 왜??? 라는 심사가 되는 거다. 독립이 하고 싶은 아들이 독립을 한 집에 밤에 몰래 찾아가 노래 부를 일이에요???? 

잘 때가 제일 예뻐,라는 말이 가지는 공감대가 물론 있지만, 아이는 나를 기쁘게 한다. 고생스러운 만큼 큰 기쁨이 있기에 나는 아이에게 말로 상처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책 속의 엄마는, 아이와 사이가 좋은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그게 가능할까, 의심이 생긴다. 아이의 관점에서-적어도 나의 초4 아들 눈에- 이 엄마는 '이중인격'이다. 아이와 다시 보니,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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