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 용감하게 성교육,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심에스더.최은경 지음 / 오마이북 / 2019년 11월
평점 :
아이가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다. 올해 1차를 접종해야 내년에 2차를 맞을 수 있는데, 결국 맞히지 못할 거 같다. 우편으로 접종안내가 왔을 때는 남편이 아이를 다그쳤다. 아이는 주사맞은 친구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면서 맞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남편은 나라에서 어련히 알아서 필수접종해주겠냐며 아프다고 안 맞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다그쳤다. 평소에 예방접종을 군소리없이 맞는 딸이었어서, 나는 그럼 나중에 네 돈 내고 맞아라,라고 하고 말았다. 아빠에게 울면서 안 맞겠다는 딸에게 나는 설득할 말을 못 찾은 것도 물론 있다. 이걸 계기로 섹스에 대해 말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딸은 이게 여자들만 맞아서 될 일이 아니라고도 말했으니, 나는 딸도 여기저기 주워들은 말들이 나만큼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살펴보면 이성애혐오도 있는 것 같은 십대 딸에게-십대의 나는 엄마를 뒤에서 안은 아빠를 보고 더럽다고 생각했었다!!!!-, 네가 섹스를 했을 때 옮으면 죽을 수도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이 주사를 맞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게 어려운 거다. 얘가 아마도 '안 할 건데!'라고 말하면 거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말이다. 살아봐, 말 같이 되나, 그러니까 맞아야 돼,라고 말하는 게 가능합니까? 나는 아이가 안 할 건데,로 백번 쯤 항의하고, 그 말에 아이가 갇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십대의 나를 돌이켜 생각했을 때, 나는 내가 말한 대로 딱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고, 말한 것을 지키려고 일없이 애썼고, 내가 한 말들에 갇혀서 쩔쩔 맸고, 내가 이렇게 빨리 나이먹을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설득할 말을 못 찾고, 맘대로 하라고, 이제 네 인생,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말았다. 남편도 결국은 내버려둔다. 돈 내고 맞으려면 아까울 텐데.
아이들은 정말 모를까,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노골적으로 가르쳐야 할까, 나는 못 하겠다. -그런 그림책 캡쳐만 보고도 혐오스러워서 스크롤을 마구 내렸다- 똥을 누고, 오줌을 누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걸 모르지 않는 것처럼, 직관적인 형태로부터-여자에게는 구멍이 있고, 남자에게는 막대기가 있으니-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여자들은 좀 더 오래 아닌 채로 남기도 하지만,-대학생 때 친구가 같이 자면 아이가 생기는 줄 알고 지하철에서도 못 잤다고 했던가- 사실, 나는 초등학교 때였던가 엉덩이를 딱 붙이고 쩔쩔 매던 개 두 마리를 여러 아이들과 함께 목격한 적이 있다.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소풍이라도 가는 길이었나, 거의 한 반이 같이 걷고 있었는데, 그걸 본 나는 못 본 척 했고, 짖궂은 남자애들은 아는 체를 하려고 했던가. 그래도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정확히 알았다고는 할 수 없는 게, '흥분하면 남성의 성기가 딱딱하게 곧추 선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놀라기는 했다. 남자에 관심이 없었나? 섹스에 관심이 없었나? 이전의 나의 상태는 저런 물렁물렁하고 축 쳐진 게 어떻게?-남동생이 있다-였었다. 내가 남동생한테 섹스북,이라는 책을 사줬으니, 나도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인 것은 틀림없는데, 왜 부모가 되어서는 이렇게 된 걸까. 성에 대해 말하는 게 부끄러운 건, 너무 본능적인 일이라서 '말'이라는 문명의 도구에 담기 어려워서라고 생각한다. 다들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건, 그저 존중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끄러워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고지식한 건가. 그 부끄러운 마음이 정말 없는가? 성을 몰라서 강간이나 폭행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닌가? 성교육을 통해 성행위를 통해 쾌락을 얻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건가? 쾌락을? 가르쳐? 쾌락을 얻을 때 필요한 예절을 가르쳐???? 그저 나에게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고 밖에는 더 가르칠 말도 없는 내가, 성은 더 특별?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미 부모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성에 대해서 필요한 것은 이미 배운 게 아닐까? 책 속에 가득 찬 교정하려 드는 어떤 태도에 대한 반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