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그랬어 189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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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조카를 위해 정기구독해주는데, 나만 읽고 있다. 

가족호칭을 싫어하는 나는, 이모나 삼촌으로 자신을 지칭하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말하는 어른들의 글쓰기에 삐딱하고, 이미 알지만 살면서 더 복잡해서 어려운 문제들이 단순화된 글들이 또 그렇게 삐딱한 채로 읽고 있었다. 

이번 호 '고래가 그랬어'에서 좋았던 글은, '운동할 팔자'라는 글이었다. 트레이너인 삼촌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글이다. 언제나 옳음을 주장하는 글들 가운데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머니의 생신에 헬스장 이용권을 끊어드렸다가 불같이 화를 내시는 어머니를 마주한 아들이었던 거다. 

'지금껏 헬스장에 단 한 번도 가본 적 업지만, 일주일 이상 병원 신세를 질만큼 건강이 안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하시면서, 식당에서 하루 열 시간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에게 운동까지 시켜서 쓰러지게 만들 셈이냐고, 당장 회원권을 환불하라고 다그쳤어요. 그리고 한 마디 더 하셨어요. 운동은 팔자 좋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나는 운동할 팔자가 아니라고요. 엄마는 지금도 헬스장은커녕 뒷동산도 한번 오르지 않으세요. 병원에 입원할 일도 역시 없고요.' 

이런 글을 쓰는 건 부끄럽다. 어머니의 삶을 모르는 자신이 부끄럽고, 가끔 나이들어 보호자임을 자처하는 자식들에게 일하는 부모는 또 부끄러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다. 부끄러워 하고 반성한다. 

'그러니 다짜고짜 왜 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건강에 좋으니까 무조건 하라고 말하기 보다는, 어떤 이유로 운동을 하지 않는 건지 먼저 물어보기로 해요. 어쩌면,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직접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것만큼 건강에 이로울 수도 있어요.'라고 맺는다. 계급의 문제나, 빈부의 문제로 가지도 않는다. 그저 좀 더 대화하라고, 귀 기울여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나는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에 가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촌에서 자라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몸을 써야 하는 농부의 삶을 보아왔기 때문에,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삶을 보아왔기 때문에 차로 이동해서 헬스장에서 뛰는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걷는 걸 부끄러워하는 걸 또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저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고 만다.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 

나는 멀미를 했었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 선후는 바뀌겠지만, 비행기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짧은 이방인의 삶 사이를 건너뛰는 게 나의 진지한 깊은 삶을 훼손한다는 그럴 듯한 변명도 준비는 해 두었다.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다. 

강경한 원칙 따위는 자신에게만 유효하다.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진지하게 묻는 것, 그리고 듣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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