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들이 나가 노는 중에 재방으로 보고 있다. 가끔 이가 빠지기도 하고, 회사의 묘사는 내가 이십년차고, 고지식한 제조업 공기업이라, 의아하지만 그러려니 보고 있다. 

어제는 결혼,에 대해 생각했다. 

서른 여덟의 배타미는 스물 여덟의 박모건을 만나고 있다. 배타미는 '나와 결혼하기 싫었던 건지'라고 묻는 전 남친의 청첩장을 받았고, 기묘한 술자리 합석에서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배타미는 결혼할 생각이 없고, 박모건은 결혼할 생각이 있다. 배타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젊은 여자는 '결혼할 의사가 없음에도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나쁜 거'라고 말한다. 

결혼하지 않겠다는 젊은 여자들, 결혼하지 않는 나이든 여자들,을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결혼할 때, 나의 친구들은 나의 결혼을 두고 한참을 이야기했다고도 한다. 그 자리에 내가 없어 아쉽다. 나는 지금도 가끔은 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무슨 말들을 했을까. 

나는 박모건의 말들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만남도 이별이 있게 마련이다. 결국 헤어지는 연애도 있고, 결혼했더라도 결국 이혼이나 사별이 있을 수도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애,라는 게 가능한가. 배타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둘이 연애를 시작할 때, 나는 배타미가 자신의 나이 때문에 시작이 두려운 거라고 생각했다. 무모한 연애를 할 수 없어,라는 말을, 나는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나 '결혼처럼 영원한 약속을 원한다'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배타미의 결혼에 대한 태도까지 듣고 나니, 정말 원하는 건 뭘까,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달콤한 연애,를 원하나?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많은 로맨스들이 이야기를 끝내기 위한 맺음일 뿐이다. 그 다음은 어차피 관심이 없어서 이야기는 거기서 맺고 마는 거다. 이 드라마가 어찌 끝날지 모르지만, 사랑과 삶은 어떤 순간에도 끝나지 않지만, 연애를 맺는 것은 둘 중 하나 뿐이다. 결혼이라는 약속, 아니면 이별이 필요하다. 박모건이 결혼을 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지금의 연애가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 그 이상이 아닐 수도 있다. 타미가 결혼을 원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지표로 삼을 만큼 중요한 것인가? 너는 결혼을 원하고, 나는 결혼을 원하지 않으니 우리는 헤어지는 게 좋겠다,는 말은 그만큼 무게가 있는 말이기는 할까? 당장 달려가 모건을 잡았으니, 무게가 없었던 건데, 그런 말을 왜 자꾸 자꾸, 자꾸 하는 걸까? 


'내 멋대로 해라' ( https://ko.wikipedia.org/wiki/%EB%84%A4_%EB%A9%8B%EB%8C%80%EB%A1%9C_%ED%95%B4%EB%9D%BC_(%EB%93%9C%EB%9D%BC%EB%A7%88 )의 이나영-극 중 이름이 뭐였더라, 전경이다. 검색함.-이 고복수-양동근이다, 왜 양동근은 극 중 이름이 생각나는 걸까-의 불치병을 알고, 그 불치병을 숨기고 떠나려는 고복수에게 하던 말이 뭐였더라. 아, 나는 그 태도가 정말 좋은데. 사는 동안 살 테다. 사랑하는 동안 사랑하고, 버티지 못하면 도망갈 수도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이별당하지 않겠다던 강경한 마음. 사는 동안 살아야지.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는데, 오는 죽음이 두려워 살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사랑하는 동안 사랑하고, 살아가는 동안 살아간다. 사는 동안 들러붙는 그 많은 형식들, 언설들, 적당히 수용가능한 만큼만 수용하면서, 내 자신을 지키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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