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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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샀는지 집에 있었다. 딸이 내가 권한 책을 읽지 않듯이, 나도 딸이 '정말 재밌대'라고 말했는데 쳐다도 안 봤다. 짧은 사건의 묘사에 이미 나는 '센 설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책이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 일본 장르 소설, 많이 읽었다. 그렇다. 나는 이게 일본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책 속의 인용문(https://blog.aladin.co.kr/maripkahn/10916052 )을 보고 읽어 볼 마음이 되었다. 버스 타고 오래 갈 일이 있어서, 챙겨 나서서 읽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하자 마자, 일본 장르 물이 아니라서 놀랐다. 영국이다. 

이야기는 어린 여자들을 살해하고 불에 태우는 잔혹한 범죄자가 법의 심판을 빠져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 그 사건 자체가 우경화되는 유럽을 반영하는 듯해서 물러서는 마음이 된다. 사람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어서, 정치나 언론, 법과 제도 그 어느 것도 믿지 못하는 게 그대로 소설이 된다. 이런 장르물이 세상은 나를 적대하고, 나만 유일하게 옳다,라는 태도를 가지는 것에 경계하는 마음이 된다. 책을 통해 고양시키는 마음에 대해 그 옛날 아빠가 걱정하던 그대로, 나도 지금 그런 걱정을 한다. 문체반정, 그러고도 남지, 싶다. 

어디선가 있을 법한 억울함들로, 어디선가 있을 법한 공포들로 직조한 이야기다. 짧은 도시괴담과 신문지면의 기이한 엽기범죄들.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이런 이야기들을 읽는 것은 세상을 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정치혐오, 언론 혐오,종국에는 사람에 대한 혐오를 강화시킨다.  

어렸을 때 장르물을 읽던 마음은, 세상 소중한 게 없어서 무섭지가 않아서 그랬던 거 같다. 책 속의 이야기를 멀거니 구경하는 채로 그렇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는 이렇게까지 무섭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 너무 무섭다. 고고하게 선량하고 강한 장르물의 영웅보다, 그 영웅의 고난이 되는 사람들-인기에 영합하는 정치가, 시청률에 목 메는 언론인, 돈 몇 푼에 거짓 증언을 하는 종업원, 이리저리 여론에 휩쓸려 판단을 바꾸는 배심원-이 더 자주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세상이 그런 식이라는 걸 믿고 싶지 않다. 더 많이 선량하고, 더 많이 어쩌지 못하는 거였다고 서로를 불쌍히 여기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딸은 사놓고는 읽지 않았다,고 한다. 언제 어떤 이야기였는지 끝까지 다 읊어주리라. 

일과 거리를 두지 못하는 장르물의 영웅,이란 한심한 생활인일 뿐이라는 게 교훈이라면 교훈. 


책 속에서 '착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오려놓는다. 나는 그 상황을 반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누구라도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말라고. 시험하지 말라고. 

"자네도 나처럼 여기 오래 있다 보면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게 될거야. 슬플 뿐이지. 내가 수사관 생활을 하며 배운 게 있어. 누군가를 지나치게 몰아붙이면 결국은 그쪽에서 반격한다는 사실이야."
"울프를 변호하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하지만 그동안 ‘착한‘사람들이 서로에게 끔찍한 짓을 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어. 바람피우는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남편 학대하는 배우자에게서 여동생을 보호하려는 오빠. 결국은 깨닫게 되지..."
"뭘요?"
"‘착한‘사람은 없다는 것. 아직 지나치게 몰아붙여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야."-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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