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요즘에도 그래요? : 2018 숫자로 보는 한국의 성차별 대한민국 여성백서 시리즈 1
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여성의전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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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뒤에 가려진 나는 어디 있는가. 

졸업하자마자 취업해, 남초 직장에서 이십년을 넘게 보냈다.(21.9%) 책 속의 숫자로 나는, 유리천장에 막혀 진급하지 못한 여성 과장이 된다. 대기업 여성임원 비율(0.9%)에 역으로 기여하고 있다. 아이를 셋 낳았고, 남편과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같은 직급 같은 재직기간의 남자와 급여 차이는 군호봉 정도이니, 책 속의 급여차등은 없다고 볼 수 있나, 있다고 볼 수 있나. 동기들은 팀장이니, 급여를 물어봐야 하나.  

학생 때 친구의 자취방에서 지구가 내일 멸망한다면,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한 적이 있다. 아아, 나는 아이를 낳고 싶은데,라고 말했더니, 친구는 '야,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데, 애는 무슨 죄야'라고 말하는데, 어?! 싶었었다. 

친구들과 여성의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해 말할 때는-그 때 아내가 죽고 남편이 아내의 죽음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 한창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해 논쟁이 진행 중이었다- 그럼 그냥 주부를 바꿔서 일하면 되겠네, 했던가. 따로 일자리를 구할 필요도 없고 새로 일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이, 너는 우리 집 일을하고, 나는 너네 집 일을 하고 돈을 받자, 이런 거.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마음 깊이 거부감이 드는 것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여성의 유리천장에 대해 말할 때, 친구는 신문사에 다니는 선배언니가 그런 배치-그러니까, 있어보이는 정치나 사회면 배정이 아니라, 생활이나 연예면 배정이-가 웰컴이랬다고 했던가. 직장생활 하다보니 알겠다. 

스무 살에 좋아보이던 것이 마흔 살에도 좋아보이지 않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저 숫자 뒤에 나는 유리천장에 가로막힌 여성 직장인이겠지만, 지금의 나의 삶이, 내 자신에게 진지하게 묻고 한 내 자신의 대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아이를 낳고 싶었고, 돈버는 것과 상관없이 힘들기만 해도 내 살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한다. 내가 하는 일도, 내가 조직에 살아남는 것도 중하다고 생각해서 버티고도 있다. 후회하지도 실망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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