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 정체성 정치를 넘어
마크 릴라 지음, 전대호 옮김 / 필로소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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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 줄의 책 소개(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2084)로도 내용을 다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화나서 하고 싶었던 말들이다.

내가 가졌던 불만, 단정하고 단죄하고 법에 호소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다. 양당제 미국, 종교적인 나라, 미국의 묘사가 걸리지만, 우리 나라라고 다를까 싶은 풍경들이다.


원자력발전소에 다니는 사람이랑 같이 활동은 못 하겠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렇게 관대하게 굴겠다니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선언하라,는 말도 들었었다. (http://blog.aladin.co.kr/hahayo/7620022)

'핵발전소'라는 '옳은' 표현을 택하라,는 말도 들었었다. (http://blog.aladin.co.kr/hahayo/7744179)

나에게 이 말들을 한 사람들이 누구보다 진지한 생태주의자, 여성주의자, 환경운동가였기 때문에 그때 더 화가 났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들은 짜증나고(http://blog.aladin.co.kr/hahayo/10093320)-나는 한글을 다 하대하는 말이라고 하다니, 이 무슨 사대주의냐,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언어를 교정하려는 행위들은 교육수준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식으로만 작동한다. 

명백한 불법이야,라는 말은 지나치게 수동적이라 답답하다. 


불만은 많은데 아이디어가 없어서 내가 뭘 못하겠다. 

'사명감'이나, '책임감'에 대한 말들을 비웃을까봐, 내가 택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롱할까봐. 

내 발언의 자격에 대해 문제 삼을까봐, 당연한 걸 모르다니 한심하다고 할까봐. 


돌이켜보면, 함께 대화나눌 공통의 가치를 모두 다 때려부순 게 공동체를 비웃고, 달아나려고 했던 나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역시 또 할 말을 잘 못 찾겠다.

그리하여 과거라면 ‘나는 A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근거는 이러이러해.‘라는 식으로 시작되었을 학급 토론이 지금은 ‘X로서 말하는데, 네가 B라고 주장하는 것 은 나를 모욕하는 거야.‘라는 형태를 띤다. 만약에 정체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이런 형태의 논쟁 전술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다. 정체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은 공평한 대화의장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백인 남성들은 이런 인식론을 가지고, 흑인 여성들은 저런 인식론을 가진다. 그러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리하여 금기가 논쟁을 대체한다.-p94

관건은 대개 여러 상대적인 가치들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것인가이다. 평범한 민주 정치에서 집단들이 내세우는 주장들은 제각각 옹호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합의 도출에 필수적이라면 서로 견주어 균형 있게 조정될 수 있다. 반면에 의제를 법원 으로 가져간다면, 당신은 당신의 주장이 절대적인 법에 따라 옳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되고 당신의 사건을 배당받은 판사들 만 설득하면 된다.
이렇게 법원에 호소하는 것은 시민권 운동 초기에 필수 전 술의 하나였지만, 그때 이후 진보주의에 대한 대중의 평판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왔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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