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587호 : 2018.12.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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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편할 준비를 읽으면서 기시감을 느꼈다. 

94년에 대학을 입학한 내가, 96년의 연대사태를 거치고, 99년의 군가산점 논쟁, 05년 호주제 위헌판결까지, 나는 나의 여자친구들과 이전에 없는 새로운 세대라고 자부했다. 나의 새로운 생각,이라는 것이 6~70년대 미국의 여성들이 써놓은 책을 읽고 하는 거였으면서, 나를 보고 혀를 끌끌 차는 여성운동가들을 한심하다고도 생각했던 거 같다. 마돈나가 주는 해방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늙은 여자들,이라고도 생각했다. 

이제 내가 그 여성운동가들만큼 나이들어서, 다시 예전 내 나이 또래의 여성이 '이제 우리는 아예 새롭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있다. 어쩌면, 이 단절과 자기 확신이 여전히 '새롭다'고 등장하는 어린 여성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스스로를 '새롭다'면서 선배나 조직을 찾지 않고, 또래들과 꾸렸던 모임은 어떤 형태가 되었는가, 생각한다. 각자의 길에 각자의 삶을 살면서, 우정을 나누지만 힘이나 권력?이 있는가 되묻게 된다. 새로운 또래집단 여성들이, 스스로를 새롭다고 재정의하고 새롭게 등장하며 야망을 드러낼 때, 무언가 말을 보태는 나는 내가 젊은 날 이해하지 못했던 나이든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여성에게, 권력이 없었다,라는 명제를 나는 동의할 수 없지만, 만약 그러하다면, 그건 이런 식으로밖에 조직하지 못하는 여성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쌓이지도 않고 처음부터,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며, 새로 길을 내며 성큼 성큼 걷는다. 그 길은 넓어지지도 편리해지지도 않는다. 여전히 그렇게 좁고 수풀로 가로막힌다. 또래집단 가운데, 겨우, 그렇게 좁게 난 길이 세대를 건너 가끔 조금씩 발굴된다. 그리고 여전히 다시 새로 시작한다. 

위계가 없는 수평적 조직은 과연 밖으로의 투쟁에서 권력을 가져올 수 있나? 조직 간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커질 수는 있나? 조직이란 어떤 걸까? 서울 시내 총여학생회들이 사라진다는 뉴스를 보면서,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과, 그 와중에 사라지는 것들, 쌓이는 시간 없이, 무얼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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