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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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야, 라고 찬탄하는 글을 읽어서, 읽었다. 

읽으면서 끝까지 못 읽을 거 같았다. 

문명 제국의 우월감이 가득 찬 서사를 식민지 기억을 가지고 읽는 게 힘들었다. 

도롱뇽으로 묘사되는 존재가 서양인이 보는 동양인일 수 있다는 자각이 계속 닥쳤다. 

문명 제국의 우월감이 가득차서, 진보의 사다리를 오른다고 믿는, 자신만만한 서사를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 인간이 지구를 가득 채우거나, 지구를 멸망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주의한 옛 서사가 인연의 고리들이 가득 찬 나의 세계관과 충돌한다. 

자신에 비추어 상대를 상상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공포로 묘사한 도롱뇽은 한심한 그저 거울상이 되었다. 자신을 통해 문명의 사다리를 올라, 자신과 같은 모습이 되어 인간의 멸종을 도모하는 도롱뇽의 존재로 닫는 소설이다. 

이미 전쟁의 기운이 가득 찬 유럽에서, 작가가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풍자'하고, 글을 통해 가끔은 조금 '되돌릴 마음으로' 썼겠지만, 도롱뇽을 한국인으로 바꾸어도 딱히 위화감 없는 서사에 그 시대 우리가 당했던 수난들에 대입하고 있자면 괴로운 거다. 아마도, 오래된 소설이라, 이미 이 비슷한 소설들을 내가 읽었을 수도 있다. 이념대립의 거울상이던 '빼앗긴 자들'이 주던 건조함을 제국주의 충돌의 거울상인 이 책에서도 느꼈다. 

건조한 인상이고, 인간이 이런 존재들이라는 게 싫다. 문명이란 이름으로 이런 존재들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싫다. 존재나 문명의 우월을 상대의 멸절로 되갚는 방식이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싶어, 또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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