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2004년 우수환경도서
김용희 지음, 임종진 사진 / 샨티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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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왔다. 어떤 부모가 될지, 어떤 삶을 줄지, 궁리한다. 그래서, 신랑은 이런 책을 사는 걸 거다.

뱃 속에 있을 때, 나는 우리는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립하게 하겠다고, 혹은 대학교까지는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내가 한 생각은 내가 나의 부모님에게 받은 정도로 나의 아이에게 주고 싶다는 것. 그건 물질적으로 주는 풍요가 아니라, 마음으로 가득한 사랑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 내가 그만큼 주는 것은 나의 부모님이 '당신이 가진 전부'를 주신 만큼의 풍요로운 사랑을 느끼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나의 아이가 물건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아끼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는데, 그래 무엇이든 척척 사주고 싶지 않은데, 가난하여 그러지 못한 나의 부모님을 내가 이해한 만큼, 나의 아이는 나를 이해할까.

이 책을 읽을 때 공감한 부분은 그런 것이다. 나의 부모가 가난했기 때문에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나는 줄 수가 없었다,던 대목. 각각의 것들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고 아끼던 삶에 대한 선망.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한 부분은 이런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는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하는. 그런데, 계속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이뻐도 이쁘다는 말 아끼고, 아무리 좋은 거 해주고 싶어도 너무 티나지 않게, 남들처럼, 남들만큼만, 키우라'고 말했다. 내가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라고 이 책의 삶에 토를 달고 싶어하는 것은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한 그 가치들 때문이다. 나는 내 아이가 소중한 걸 소중하게 여길 줄 알기 원하지만, 너무 다른 사람과 다르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갈등하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내내 '학교도 안 보내고, 집에서 장작이나 패게 하는 부모'가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변명하고 있는 거라고 까지 분개했다.

그러나,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난한 삶을 부모는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분노는 사그라졌다. 부모가 자신의 생활을 서울에서 유지할 수 있었다면, 선이골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가난하자면, 시골에 가는 게 낫다. 서울에서, 지나치게 부유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난은 비참하지만 적당한 가운데서 가난은 참을 만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자신의 조건을 선택할 수 없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에게 '남들만큼'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그 하나하나에 감사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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