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1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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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상대에게 가 닿으면 좋겠다. 

상대에게 잘 가 닿고, 또 그 글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삶의 면면들이 너무 복잡해서, 글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쉬이 전해지지 않는다. 좀 더 자세히 쓰려고 하다가 너무 내 자신이 드러나서 숨고 싶으면, 또 글은 모호해진다. 

글은 나다.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고, 거기에는 나의 어리석음, 나의 한심함, 나의 편협함이 드러난다. 


책 속에서, 이옥과 김려는 글을 쓴다. 서로의 글을 찬탄하며 읽었을 둘은, 자신의 글을 문제삼는 왕 앞에서 자신의 글을 바꾸라는 명을 듣는다.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글은 나니까. 다른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배신하는 일이다. 안 써도 되겠지만,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글을 쓰지 않으면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 쌓여서 또 그대로 내 자신을 잃을 것만 같다. 


자신의 마음에 정직하기 위해 쓴 그 오랜 글들이, 아름답고 선량한 글들이, 긴 세월을 건너, 깊은 우정을 통해 지금 나에게 와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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