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꼭 들어보세요.˝
20대 청년이 추천해 준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세 번을 들어도...악동뮤지션의 사랑과 이별의 언어가 와닿지 않는다. 가을바람은 그대로 부는데, 새벽감성은 잃어버린지 오래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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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은 하루 동안의 ‘자유‘를 되돌아보았다. 외로운 미스 타운센드와는 친구가 되었고, 파크스 부인은 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수전은 정말로 혼자가 되었던 그 짧은 시간 동안의 황홀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전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앞으로 그런 고독한 시간을 더 자주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절대적인 고독,아무도 그녀를 모르고 신경도 쓰지 않는 고독이 필요했다.
- P306

정말 이상하지 !
그녀는 창턱에 몸을 기대고 거리를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녀는 거리 저편의 쓰러져가는 건물들, 축축하고 우중충하지만 가끔 파랗게개기도 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건물이나 하늘을 생전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텅 빈 상태로 다시 의자에 앉았다. 머릿속이 하얀 백지 같았다. 가끔은 아무 말이나 소리 내어말하기도 했다. 아무 의미 없는 감탄사 같은 것. 그다음에는 얄팍한 카펫의 꽃무늬나 초록색 새틴 이불의 얼룩에 대해 한마디 논평을 덧붙였다.

하지만 한없이 공상에 잠기며,아니 이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에 잠기고, 방황하고, 깜깜하게 어두워져서 공허함이 피처럼 혈관을 따라 즐겁게 도는것을 느끼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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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물방울처럼.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오른쪽 어깨 위, 스웨터 올 사이로 가칠가칠했던 아마의 두 발이 떠오른다. 내 왼손 집게손가락을 횃대 삼아 앉아 있던 아미의가슴털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아보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 P107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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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제품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70여 년 전 만들었던, 라디오 T3는 애플사가 아이팟을 만들 때 참고했던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휴대폰이나 가전제품, 생활용품이 나올 때면 사용자들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고려하여 기존보다 '더 나은 '제품을 기대한다. 평생을 산업디자이너로 일해 온 디터 람스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기준이란 무엇일까.




디자인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 게리 허스트윗은 헬베티카 서체를 만든 헬베티카의 삶을 조명한 영화를 시작으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물건과 그것을 디자인한 사람을 그린 <오브젝티파이드>, 그리고 도시 디자인을 탐색한 <어버나이즈드>까지 3부작을 찍었다. <디터람스>(2018년)는 '최소한의, 그러나 더 나은 (less but better)'철학으로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가구를 만들어 온 디터 람스의 열정과 철학을 담은 다큐영화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는 재건 운동이 일어났다. '절제적이고, 기능적이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당시 산업 현장에 모여들었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던 람스는 브라운 회사에서 들어간 후 가전제품 분야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레코드 플레이어가 눈에 보이도록 투명 커버를 만들고 벽에 매달려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와 휴대하기 편한 라디오/ 플레이어를 제작한다.

 


제품의 '본질'에 충실히 하고자 했던 람스는 설명서가 없어도 누구나 작동 가능한 제품을 디자인 했다. 브라운 ET 66 계산기는  몇 개의 색과 버튼으로만 디자인하여 누구나 몇 번 사용하면 버튼의 위치와 기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고쳐 쓰고 개선해 나가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환경을 생각하고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도록 단순하게 생활용품을 구상했다.



'최소한의, 그러나 더 나은'이라는 원칙을 평생 고수한 람스는 늘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자 힘쓴다. 그는 "우리가 지구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이 모든 플라스틱을 찍어 내고 있었군.", "지구에 가치를 더하는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는가?"질문하고 각성한다. 환경을 위해 그는 제품의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본질에 충실히 하고자 한다.


람스에게 디자인이란 단순히 물건 하나를 만들어내는 일을 넘어선,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 그는 그와 동료들이 더 좋은 세상,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제품을 제작할 때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준수했지만,  동료들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록 격려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 허스트잇은 람스가 50년 동안 살아온 집을 주무대로 삼아 디자이너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람스가 만든 가전 제품이 생활 속에 하나의 제품으로 어떻게 사람과 관계지어 있는지를 프레임 안에 포착한다. 흑백의 스틸 사진과 람스의 인터뷰를 줄기로 독일의 자택과 전시장, 영국의 비초에 가구작업장으로 공간을 이동하며, 감독은 대중과 지역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는 람스를 따라간다. 디터 람스에게는 그와 협업했던 동료들이 있었다. 각자의 책임 범위 이상의 것들을 매일 같이 고민했던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람스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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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공님 디터 람스 리뷰 ✌ 열독 할 정도로
디터 람스 이야기라면 귀가 쫑긋 ˙˚ ʚ ᕱ⑅ᕱ ɞ˚˙

21세기에 각종 첨단 기기 디자인 속에 디텀 람스가 설계한 디자인의 기본 DNA가 깊게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 설명서가 없어도 누구나 작동 가능한 디자인!!


청공 2021-09-21 04:58   좋아요 1 | URL
제가 늘 스콧님 페이퍼를 쫑긋 열독하고 있지요~^^
그쵸.심플한 가전제품보면 람스 디자인이 떠오를 듯요. 딱 필요한 것만 살려 놓은...올 가을 집안정리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
 

그가 자기 파트너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녀를 만지는그의 모든 몸짓이 그녀의 주체성의 핵심을 흔들었을 터이기 때문에 그녀의 몸은 그에게 더 없는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게 되면 파트너의 몸을 만지는 일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성적 욕망은 육체적인 반면 사랑은 정신적이라는 진부한 지혜를 다음과 같이 뒤집어야만 할 것이다. 성적인 사랑은 사랑이 없는 섹스보다 더 육체적이다.
- P67

바라건대, 이 감염병으로부터 내밀한 육체적 접촉을 새롭게 음미하는 길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땅earth, 그 움직임 없고 텁텁한 재질이 정신성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정신의 매체라고 보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Andrei Tarkovsky의 가르침을 다시금 배우게 될 것이다. 

타르콥스키의 걸작 〈거울〉(1975)에는 그의 아버지 아르세니 타르콥스키 ArsenyTarkovsky가 이런 대사를 읊는 대목이 나온다.
"몸이 없는 영혼에는 죄가 있다. 마치 옷이 없는 몸처럼."
육체적 접촉은 영혼으로 가는 길이지만 노골적 이미지들 앞에서의 자위는 죄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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